[이용원 칼럼] 진보 진영에 교육정책은 있는가

[이용원 칼럼] 진보 진영에 교육정책은 있는가

입력 2008-08-07 00:00
수정 2008-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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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끝난 서울시교육감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입맛이 썼던 이가 적지 않았을 게다.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주민들이 직접 투표해 교육감을 뽑은 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정치·이념 바람에 휩쓸렸다. 정당 공천과 무관한 선거인데도 여·야당이 모두 개입했고, 교육·시민·노동단체들 또한 가세했다. 게다가 몇몇 언론사까지 한쪽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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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 수석 논설위원
이용원 수석 논설위원
그래서인지 당초 후보는 6명이었지만 이내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 격인 공정택 현직 교육감과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주경복 건국대 교수의 양강 구도로 판세가 굳어졌다. 개표 결과도 공후보가 1.7%포인트-투표자 100명 가운데 2명꼴이 채 안되는- 차로 이긴 박빙의 승부로 나타났다.

진보 진영으로서는 상당히 억울했을 것이다. 서울 시내 25개구 가운데 17곳에서 이겼는데도 서초·강남·송파구 세 곳의 주민들이 공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바람에 교육감 자리를 놓쳤으니 말이다. 그래서 투표율이 15.4%에 불과하므로 대표성이 없다는 둥 ‘강남 아줌마’들이 만든 교육감이라는 둥 시비를 걸고 있다.

하지만 진보 진영이 서울시교육감 첫 직선에서 패한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 진보답지 않은 교육정책 탓이다. 진보는 그릇된 현실을 바로잡고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할 때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는다. 하지만 교육에 관한 한 한국사회에서 진보는 현상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도리어 보수 쪽에서 개선을 내세운다.

이번 교육감 선거만 보아도 공정택 후보는 학교선택제 실시, 교원평가제 도입, 수준별 이동수업 강화, 자율형사립고·국제중 설립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학부모·학생에게 학교를 선택할 권리를 일정부분 돌려준다는 것, 학교·교사들을 경쟁하게끔 만들어 질을 높이겠다는 것, 아울러 인기없는 학교와 능력없는 교사는 점차로 퇴출시킨다는 것이 정책의 기조이다.

그러면 주경복 후보의 공약은 무엇일까.7월 초 주 후보가 배포한 A4 용지 5장 분량의 보도자료와, 그뒤 각 언론매체에 실린 관련기사들을 다시 훑어보아도 주 후보의 공약은 ‘하면 안 된다.’에 집중한다. 초등학교 일제고사는 폐지한다, 특목고는 일반고로 전환한다, 자사고같은 ‘귀족형’ 학교는 설립을 재검토한다 등등이다. 왜? 이러한 교육 요소들은 모두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키니까라는 논리이다.

주 후보 공약에서는 무언가를 해서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구체적인 정책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있는 건 ‘현상 타파’에 대한 반대뿐이다. 게다가 학부모의 83%가 찬성하는 교원평가제같은 핫이슈에 대해서는 ‘교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교육적 열의를 극대화’한다는 에두른 표현으로 비켜가고 있다.

공교육이 붕괴하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은 학부모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고통은 경제력이 약한 집안에서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학생들을 학원에서 학교 울타리 안으로 되돌아오게끔 하는 정책적 노력은 시급한 과제이다.

진보 진영이 우려하는 것처럼 공 교육감이 내건 정책 목표는 오히려 교육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지 모른다. 그렇지만 ‘무한경쟁 반대’라는 명분 아래 학교·교사 사회의 기득권 비호에 머무른 진보 진영의 정책보다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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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수석부국장 ywyi@seoul.co.kr
2008-08-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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