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 배려와 젠틀맨십 키워야 정치 성숙해진다

[건국 60주년] 배려와 젠틀맨십 키워야 정치 성숙해진다

김상연 기자
입력 2008-08-01 00:00
수정 2008-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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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선진화 조건

지난주 국제 정치의 최대 이벤트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베를린 연설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엔 조연도 있었다.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이었다. 그는 오바마가 20만 청중을 만끽할 때 미국 내 한 독일 레스토랑에서 소시지를 씹는 초라한(?) 이벤트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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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문화라면 어땠을까. 독일이나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대규모 청중 동원 맞불집회를 열지는 않았을까. 실제로 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 진영의 주요 유세전략 중 하나는 노골적인 ‘맞불놓기’였다.

상대후보가 판을 벌일 때 그것을 기꺼이 인정해 주고 자신은 다음 기회를 도모하는 것, 이것을 젠틀맨십(gentlemanship·신사도)이라고 부른다면, 우리 정치에는 다른 무엇보다 젠틀맨십이 부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미세한 정치문화의 질적 차이가 중진국 정치와 선진국 정치를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 정치는 분명 지난 60년간 ‘하드웨어’ 측면에서 괄목할 만큼 진전했다. 서양에서 수백년에 걸쳐 일군 민주주의를 우리는 반세기 만에 이뤄냈다. 왕조국가의 잔재가 남은 식민시대에서 군사독재를 거쳐 평화적 정권이양과 선거를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데 이토록 짧은 시간을 들인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부정부패 추문은 여전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투명해졌고, 정치인에게는 ‘○사모’ 같은 자발적 팬클럽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국민에게 짜증을 넘어 혐오증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젠틀맨십의 부족 때문은 아닐까.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주문이 “제발 싸우지 좀 말라.”는 것인 점만 보더라도 우리 정치의 숙제를 알 만하다. 어느 나라 정치인이든 싸운다. 하지만 한국 정치는 비신사적으로, 죽기 살기로 싸운다. 말뿐 아니라 몸으로도 싸운다. 미국은 의회 시정연설 때 평소 대통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의원들이 모두 기립박수로 대통령을 맞으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 우리는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 입장 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기 힘들다. 미국 의원들이 전부 대통령을 존경해서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젠틀맨십을 어기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문화적 토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결국 우리 정치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 신어야 할 마지막 신발은 젠틀맨십과 같은 무형의 ‘소프트웨어’일 수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한국정치의 모든 악을 정치문화가 아닌 제도(권력구조) 탓으로 돌리며 입헌 100년도 한참 안 된 이 시점에 10번째 개헌을 운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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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8-08-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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