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순혈주의… 외국인 차별 여전
한국은 이중적 의미에서 ‘잡종 사회’다. 서양이 300∼500년에 걸쳐 일궈낸 변화를 5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달성한 까닭에 상이한 시간대의 다양한 사회 현상이 동일한 공간에 병존한다.
한국사회는 실제로도 ‘순종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10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문제는 사회가 ‘잡종화’되어 가고 있음에도 국민의 의식은 여전히 농경사회적 ‘순혈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사례가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다.
실제 2006년 통계청이 전국의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사회적응을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가장 많은 30.6%가 ‘편견을 없애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꼽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 응답자의 경우 같은 선택지에 대한 응답률이 무려 58.2%에 달했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적 지원’이나 ‘한글·문화 적응 서비스’를 꼽은 여성응답자는 23.2%,10.8%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다문화가정을 구성하는 여성의 절대다수가 피부색이 다른 동남아시아 출신이라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제3세계 출신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직접 체감하는 데다 자신들이 겪었던 어려움이 자녀 세대에 고스란히 전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가장 크게 절감하는 집단이 1세대 결혼이민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한국사회의 그릇된 순혈주의는 ‘크로스오버’와 ‘하이브리드’가 대세인 세계적 흐름과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사고하는 순혈주의의 양분법과 획일성은 새것의 창조에 필수적인 다양성을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다름’과 ‘섞임’을 용인하는 다문화적 감수성이야말로 세계화 시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학자들의 지적은 되새길 만하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8-07-17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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