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손가락’ 아시나요

‘방아쇠 손가락’ 아시나요

정현용 기자
입력 2008-06-14 00:00
수정 2008-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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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박정임(37)씨는 아이가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을 보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이가 오른손 손가락을 쫙 펴지 못하는 것이었다. 손가락을 잡아주니 간신히 펴는 것이 이상해 병원을 찾았더니 ‘방아쇠 수지’라는 생소한 진단이 나왔다. 박씨는 초기에 병원을 찾은 덕분에 통증이 심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다시 펴려고 할 때 쉽게 펴지지 않고 약간의 힘을 줘야 ‘탁’하는 소리와 함께 펴지는 증상을 말한다. 손가락을 구부리게 하는 힘줄은 ‘활차’라는 좁은 공간을 지난다. 문제는 활차가 선천적으로 너무 좁거나 힘줄의 일부분이 굵어질 때 생긴다. 잦은 염증도 방아쇠 수지의 원인이 된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손가락 관절이 잘 펴지지 않고, 심한 경우에는 억지로 펴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 엄지 손가락의 아래쪽 손바닥 부분에 작은 혹이 만져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수가 있다. 반면 성인은 혹 주변 부위 통증이 심하다.

영·유아기에 생기는 방아쇠 수지는 선천성일 가능성이 높다. 성인은 손가락의 움직임이 많은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요리사나 테니스, 골프 등의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많이 경험한다.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도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 여자가 남자에 비해 방아쇠 수지에 걸릴 확률이 높다.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활차에 염증이 생기기 쉽고, 여성이 집안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도 손가락을 펴는 데 많은 힘이 필요하지 않다. 이 때에는 손가락에 압박이 가해지지 않도록 물건이나 도구를 느슨하게 잡는 습관을 갖게 해야 한다. 가능하면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증상이 진행되면 손가락을 구부렸다 펼 때마다 바로 펴기 어렵고,‘탁’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걸리는 느낌이 자주 느껴진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1∼2주일 동안 소염제를 투여하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손가락을 구부리는 것조차 힘이 들고 통증이 심한 말기에는 염증 반응을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주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재발하면 활차를 약간 절개해 힘줄이 움직이는 통로를 늘려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유아기에는 저절로 없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만 24개월까지 운동치료를 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 바른세상병원 이광석 원장은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08-06-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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