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취업 시즌을 맞아 남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는 실력보다는 성별에 따른 선입견 때문에 취업 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성은 신체적인 이유로, 남성은 군복무로 인한 3년간의 공백 등의 이유로 각각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가뜩이나 힘겨운 취업전쟁을 벌이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이 같은 행태는 큰 상처가 된다고 말한다.‘남자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취업 과정에서 받은 차별´에 대해 들어 봤다.
●‘남성우대´라고 미리 밝혀라
취업 준비생 안모(25)씨는 입사지원서를 썼던 모 회사의 서류통과자 명단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상경계열 100명 모집에 서류 통과자가 모두 남자였던 거예요. 여자들도 꽤 지원했는데요. 아무리 여자를 뽑으면 문제가 있다느니, 빨리 그만둔다느니 얘기들이 많지만 어떻게 한 명도 서류 합격을 못할 수가 있죠. 면접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씨는 “차라리 신입사원 공고를 낼 때 ‘남성 우대’라고 써놨다면 화는 나겠지만 이력서 쓰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회사에선 능력대로 뽑았다고 말할 테니 대놓고 차별했다는 증거가 없으니 어디다 얘기하기도 뭐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 같아서 답답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성모(28)씨는 면접장에서 뜬금없는 질문에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면접관이 ‘언제 결혼할 건가?’라고 물어 보는 거예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네? 아직 결혼 계획 없는데요.’라고 씁쓸하게 웃었더니 ‘남자친구는 있나? 그럼 언제 쯤 결혼하고 싶은데?’라고 다시 묻더군요.
저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자리 잡으면 결혼을 생각할 것’이라고 했더니 들릴듯 말듯 하게 ‘그럼 길어야 2년 정도 다니는 건가.’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 회사에선 연락이 안왔죠. 여자는 결혼하면 직장 그만둘 거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정말 화가 났어요. 그 다음부터는 아예 결혼은 늦게 할 거라고 대답하지만 기분은 늘 찜찜했습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임모(24)씨는 취업을 하고 나서야 남성은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여성은 계약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인사과에 물어 보니 “여성 직원도 열심히 일하면 정규 사원이 될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임씨는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기엔 요즘 취업난이 너무 심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도 “열심히 일하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분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것과 억울한 기분으로 마지못해 일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게 회사에 이득이 될 것인지 물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성 할당제´가 웬 말이냐
직장인 이모(28)씨는 회사마다 신입 직원을 뽑을 때 남자와 여자 할당량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문제는 소수자 보호가 아니라 남자는 일정 비율 이상, 여자는 일정 비율 이하를 뽑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2명을 뽑는 회사에 지원한 적이 있어요.1차는 합숙 면접,2차는 토론 면접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지원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누가 면접을 잘하고 누가 똑똑한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더라고요. 지원자인 우리가 봐도 저 사람은 뽑고 싶다 저 사람은 진짜 아니다 싶었죠.”
1차 합격자 명단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6명이 올랐다. 문제는 그 남자가 바로 지원자들 사이에서 실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졌던 사람이었던 것.
“당시에는 나름대로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최종에서 그 남자랑 여자 한 명이 뽑혔어요. 그 순간 말로만 듣던 게 사실이구나 싶었죠. 상위권을 남자들이 차지하면 그대로 두면 뽑으면서 여자들이 다 상위권을 차지하면 모두 여자로 뽑지 않고 남자를 꼭 합격시키더라고요. 물론 같은 점수라면 오랫동안 일하는 남자를 뽑는 게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는 아무리 잘해도 정해진 인원이 있고 그 안에서 여자들끼리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깐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정말 성적대로 사원을 뽑을 순 없는 건가요?
●취업시장에도 외모지상주의 “울고 싶어라”
여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얼굴과 몸매만 따지는 시선이다. 직장인 최모(24)씨는 냉소적으로 “주위에 실력으로 치면 날고 기는 친구들이 많지만 결국 합격은 얼굴 예쁜 순서”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얼굴이 좀 별로고 뚱뚱한 친구가 학점 좋으면 지나가는 말로 남자들은 ‘독하다. 얼굴 안 되니깐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라고 얘기해요.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책을 많이 읽고 외국어 잘해도 여자는 미모가 떨어지면 취업하기 힘들어요. 외국에 유학갈 돈 있으면 그 돈으로 성형수술을 하는 게 훨씬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취업을 준비 중인 신모(26)씨는 술자리 면접에서 면접관한테 들었던 얘기가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신씨는 “술자리 면접에서 어떤 분이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자기는 뚱뚱한 사람 보면 자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면서 “물론 나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자기 딸이 뚱뚱해서 취업할 때 고민해도 그렇게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면접 자리에서 여학생들도 많은데 그런 얘기를 꼭 해야만 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역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서모(25)씨는 외국계 외식업체에서 경영관리 쪽으로 지원했을 때 면접관에게서 “얼굴이 예쁜데 서빙도 하라면 할 수 있겠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지원한 분야와 전혀 달랐기 때문에 당황해 하는 서씨에게 다른 면접관은 서둘러 “성차별하는 건 아니고…”라며 무마하려고 했다.
서씨는 “남자들한테는 업무와 관련된 질문만 하면서 여자 지원자들한테는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어떻게 할 거냐 같은 질문만 하더라.”면서 “일하고 싶어서 면접보는 건데 물어 보는 질문들이 죄다 여성 차별적인 질문이어서 정말 기분이 나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년간의 긴 군복무 공부흐름 뚝 “어찌할꼬”
회사원 박모(27)씨는 “군복무가 결과적으로 취업 과정에서 남성들이 차별을 받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는 “군대에 다녀오는 기간이 2년인데 짧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상 몇 년간 공부 흐름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취업 준비할 시간이 끊기지 않고 넉넉한 여자들에 비해서 남자들은 군대에서 머리가 텅 빈 상태로 사회에 복귀해서 취업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이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나도 회사에 들어올 때 정말 열심히 준비했지만 신입 사원들 중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더 성적이 좋았습니다. 이걸 회사에서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똑똑하다는 식으로 말하곤 합니다.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 다녀온 게 결국 취업 과정에서도 차별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군대 갔다온 남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차별 아닌가요.”
취업을 준비 중인 안모(28)씨는 반년쯤 전 모 회사에서 면접을 봤을 때 나이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 그는 “나이 차별은 결국 군대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니냐.”면서 “하다못해 내가 군면제만 됐어도 그런 차별은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운 좋게도 어려운 관문을 뚫고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나를 포함해 최종까지 간 사람은 10명 정도였는데 그 중에서 2∼3명 정도는 탈락하게 된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 데도 불구하고 결국 면접에서 탈락했죠. 그런데 이 회사는 나이어린 사람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많은 회사예요. 나는 최종면접 대상자 10명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았거든요. 나중에 아는 사람을 통해 들으니, 나와 다른 여자 지원자가 성적이 비슷해서 누구를 뽑을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여자지원자를 뽑게 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명백한 차별 아닌가요.” 그는 “당연히 여자가 취업할 때는 남자보다 나이가 어릴 수밖에 없다.”면서 “내가 만일 여자였다면 그 때 취업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역할 고정’이 부메랑 되다
회사원 권모(33)씨는 교육사업 부서에서 일한다. 그는 ‘교육사업=여성’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자신이 원치 않는 부서에 배치된 것이라고 믿는다.
“내 자리에 원래 일주일 전에 특채로 고용한 여자 박사과정 수료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에 내가 들어오면서 그 여자는 다른 자리로 가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교육 사업을 하려면 행정력이나 사업 수완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교체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박사를 수료한 사람인데, 나는 석사 출신이거든요. 행정력은 필요해도 그다지 고급 인력이 필요한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 여자에게 일주일 정도 일을 시키다가 나로 교체한 겁니다. 여자는 야근하는 것도 남자보다는 많이 안 하려고 하는 게 사실이잖아요. 남자라서 좀 더 몸을 쓰게 하고 부려먹으려고 나를 뽑은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회사원 황모(29)씨는 예전에 취업을 앞두고 백수로 지낼 때 돈이 궁해서 보증보험 대리점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가 맡은 업무는 고객인 변호사 사무실을 돌아 다니면서 보험료를 수금하고 새해 기념 다이어리를 배부하는 일이었다. 황씨는 “당시 근무 조건은 내가 회사에 취업할 때까지 3개월 이상 일을 해주는 것이었다.”면서 “내가 맡은 보험료 수금하는 일은 여자들이 하는 일이었는데 변호사 사무실에 나누어 줄 기념다이어리가 좀 무거워서 임시로 나를 고용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장은 한 달 동안 내가 다이어리 배부를 마치자 다시 그 자리에 여자를 고용하겠다고 나보고 그만 나오라고 했어요. 사장 말은 ‘여자가 더 같이 일하기 편하다.’는 것이었죠. 그 때 기분이 정말 안 좋았습니다. 나한테 힘든 일 잠깐 시키려고 임시로 고용하고 3개월 이상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안 지켰다고 생각하니 정말 분했습니다.”
●왜 여성 지원자만 좋아하죠?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박모(27)씨는 취업 때문에 고민하다가 취업이라도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중소기업 문을 두드려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회사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많은 화장품 계열 회사였다.“제가 지원한 직종이 여자로서 조금 섬세함을 요구하는 자리였나 봅니다. 면접을 보는데 여자들의 섬세함이 필요한데 남자로서 잘 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당연히 잘할 수 있다고 대답했지만 면접관들 눈에는 미덥지 못했나 봐요. 결국 탈락하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여자를 뽑으려는 의중을 면접관들이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나운서가 되려고 준비 중인 김모(30)씨는 예전에 지방에 아나운서 시험을 보러 간 적이 있다. 한 명을 뽑는데 지원자는 엄청나게 많았다. 방송국에서는 남녀 구별을 두지 않은 채 모집공고를 냈다. 김씨는 당연히 실력만 좋으면 붙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최종 합격자는 여성 지원자였다.“남자 지원자들이 밀린 거죠. 당시 느낌은 여자 아나운서를 뽑기로 해놓고 여자만 모집한다는 식으로 공고를 내면 모양이 좋지 않으니까 남녀 구별 없이 공고를 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면접관들이 여성 지원자만 선호한다는 생각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회사에서 최종 면접을 할 때 남자와 여자를 분리해서 면접을 하더라고요. 면접이 끝나고 지원자들끼리 얘기를 해 보니 남자 지원자들한테는 별 질문도 없고 시큰둥했는데, 여자 지원자들한테는 엄청나게 많은 질문을 했더라고요. 관심 정도가 다른 겁니다. 그 회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여자보다 남자가 많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드러내 놓고 차별한 건 없지만, 알게 모르게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남성우대´라고 미리 밝혀라
취업 준비생 안모(25)씨는 입사지원서를 썼던 모 회사의 서류통과자 명단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상경계열 100명 모집에 서류 통과자가 모두 남자였던 거예요. 여자들도 꽤 지원했는데요. 아무리 여자를 뽑으면 문제가 있다느니, 빨리 그만둔다느니 얘기들이 많지만 어떻게 한 명도 서류 합격을 못할 수가 있죠. 면접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씨는 “차라리 신입사원 공고를 낼 때 ‘남성 우대’라고 써놨다면 화는 나겠지만 이력서 쓰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회사에선 능력대로 뽑았다고 말할 테니 대놓고 차별했다는 증거가 없으니 어디다 얘기하기도 뭐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 같아서 답답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성모(28)씨는 면접장에서 뜬금없는 질문에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면접관이 ‘언제 결혼할 건가?’라고 물어 보는 거예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네? 아직 결혼 계획 없는데요.’라고 씁쓸하게 웃었더니 ‘남자친구는 있나? 그럼 언제 쯤 결혼하고 싶은데?’라고 다시 묻더군요.
저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자리 잡으면 결혼을 생각할 것’이라고 했더니 들릴듯 말듯 하게 ‘그럼 길어야 2년 정도 다니는 건가.’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 회사에선 연락이 안왔죠. 여자는 결혼하면 직장 그만둘 거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정말 화가 났어요. 그 다음부터는 아예 결혼은 늦게 할 거라고 대답하지만 기분은 늘 찜찜했습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임모(24)씨는 취업을 하고 나서야 남성은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여성은 계약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인사과에 물어 보니 “여성 직원도 열심히 일하면 정규 사원이 될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임씨는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기엔 요즘 취업난이 너무 심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도 “열심히 일하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분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것과 억울한 기분으로 마지못해 일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게 회사에 이득이 될 것인지 물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성 할당제´가 웬 말이냐
직장인 이모(28)씨는 회사마다 신입 직원을 뽑을 때 남자와 여자 할당량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문제는 소수자 보호가 아니라 남자는 일정 비율 이상, 여자는 일정 비율 이하를 뽑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2명을 뽑는 회사에 지원한 적이 있어요.1차는 합숙 면접,2차는 토론 면접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지원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누가 면접을 잘하고 누가 똑똑한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더라고요. 지원자인 우리가 봐도 저 사람은 뽑고 싶다 저 사람은 진짜 아니다 싶었죠.”
1차 합격자 명단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6명이 올랐다. 문제는 그 남자가 바로 지원자들 사이에서 실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졌던 사람이었던 것.
“당시에는 나름대로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최종에서 그 남자랑 여자 한 명이 뽑혔어요. 그 순간 말로만 듣던 게 사실이구나 싶었죠. 상위권을 남자들이 차지하면 그대로 두면 뽑으면서 여자들이 다 상위권을 차지하면 모두 여자로 뽑지 않고 남자를 꼭 합격시키더라고요. 물론 같은 점수라면 오랫동안 일하는 남자를 뽑는 게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는 아무리 잘해도 정해진 인원이 있고 그 안에서 여자들끼리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깐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정말 성적대로 사원을 뽑을 순 없는 건가요?
●취업시장에도 외모지상주의 “울고 싶어라”
여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얼굴과 몸매만 따지는 시선이다. 직장인 최모(24)씨는 냉소적으로 “주위에 실력으로 치면 날고 기는 친구들이 많지만 결국 합격은 얼굴 예쁜 순서”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얼굴이 좀 별로고 뚱뚱한 친구가 학점 좋으면 지나가는 말로 남자들은 ‘독하다. 얼굴 안 되니깐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라고 얘기해요.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책을 많이 읽고 외국어 잘해도 여자는 미모가 떨어지면 취업하기 힘들어요. 외국에 유학갈 돈 있으면 그 돈으로 성형수술을 하는 게 훨씬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취업을 준비 중인 신모(26)씨는 술자리 면접에서 면접관한테 들었던 얘기가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신씨는 “술자리 면접에서 어떤 분이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자기는 뚱뚱한 사람 보면 자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면서 “물론 나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자기 딸이 뚱뚱해서 취업할 때 고민해도 그렇게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면접 자리에서 여학생들도 많은데 그런 얘기를 꼭 해야만 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역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서모(25)씨는 외국계 외식업체에서 경영관리 쪽으로 지원했을 때 면접관에게서 “얼굴이 예쁜데 서빙도 하라면 할 수 있겠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지원한 분야와 전혀 달랐기 때문에 당황해 하는 서씨에게 다른 면접관은 서둘러 “성차별하는 건 아니고…”라며 무마하려고 했다.
서씨는 “남자들한테는 업무와 관련된 질문만 하면서 여자 지원자들한테는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어떻게 할 거냐 같은 질문만 하더라.”면서 “일하고 싶어서 면접보는 건데 물어 보는 질문들이 죄다 여성 차별적인 질문이어서 정말 기분이 나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년간의 긴 군복무 공부흐름 뚝 “어찌할꼬”
회사원 박모(27)씨는 “군복무가 결과적으로 취업 과정에서 남성들이 차별을 받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는 “군대에 다녀오는 기간이 2년인데 짧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상 몇 년간 공부 흐름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취업 준비할 시간이 끊기지 않고 넉넉한 여자들에 비해서 남자들은 군대에서 머리가 텅 빈 상태로 사회에 복귀해서 취업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이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나도 회사에 들어올 때 정말 열심히 준비했지만 신입 사원들 중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더 성적이 좋았습니다. 이걸 회사에서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똑똑하다는 식으로 말하곤 합니다.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 다녀온 게 결국 취업 과정에서도 차별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군대 갔다온 남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차별 아닌가요.”
취업을 준비 중인 안모(28)씨는 반년쯤 전 모 회사에서 면접을 봤을 때 나이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 그는 “나이 차별은 결국 군대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니냐.”면서 “하다못해 내가 군면제만 됐어도 그런 차별은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운 좋게도 어려운 관문을 뚫고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나를 포함해 최종까지 간 사람은 10명 정도였는데 그 중에서 2∼3명 정도는 탈락하게 된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 데도 불구하고 결국 면접에서 탈락했죠. 그런데 이 회사는 나이어린 사람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많은 회사예요. 나는 최종면접 대상자 10명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았거든요. 나중에 아는 사람을 통해 들으니, 나와 다른 여자 지원자가 성적이 비슷해서 누구를 뽑을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여자지원자를 뽑게 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명백한 차별 아닌가요.” 그는 “당연히 여자가 취업할 때는 남자보다 나이가 어릴 수밖에 없다.”면서 “내가 만일 여자였다면 그 때 취업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역할 고정’이 부메랑 되다
회사원 권모(33)씨는 교육사업 부서에서 일한다. 그는 ‘교육사업=여성’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자신이 원치 않는 부서에 배치된 것이라고 믿는다.
“내 자리에 원래 일주일 전에 특채로 고용한 여자 박사과정 수료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에 내가 들어오면서 그 여자는 다른 자리로 가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교육 사업을 하려면 행정력이나 사업 수완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교체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박사를 수료한 사람인데, 나는 석사 출신이거든요. 행정력은 필요해도 그다지 고급 인력이 필요한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 여자에게 일주일 정도 일을 시키다가 나로 교체한 겁니다. 여자는 야근하는 것도 남자보다는 많이 안 하려고 하는 게 사실이잖아요. 남자라서 좀 더 몸을 쓰게 하고 부려먹으려고 나를 뽑은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회사원 황모(29)씨는 예전에 취업을 앞두고 백수로 지낼 때 돈이 궁해서 보증보험 대리점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가 맡은 업무는 고객인 변호사 사무실을 돌아 다니면서 보험료를 수금하고 새해 기념 다이어리를 배부하는 일이었다. 황씨는 “당시 근무 조건은 내가 회사에 취업할 때까지 3개월 이상 일을 해주는 것이었다.”면서 “내가 맡은 보험료 수금하는 일은 여자들이 하는 일이었는데 변호사 사무실에 나누어 줄 기념다이어리가 좀 무거워서 임시로 나를 고용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장은 한 달 동안 내가 다이어리 배부를 마치자 다시 그 자리에 여자를 고용하겠다고 나보고 그만 나오라고 했어요. 사장 말은 ‘여자가 더 같이 일하기 편하다.’는 것이었죠. 그 때 기분이 정말 안 좋았습니다. 나한테 힘든 일 잠깐 시키려고 임시로 고용하고 3개월 이상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안 지켰다고 생각하니 정말 분했습니다.”
●왜 여성 지원자만 좋아하죠?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박모(27)씨는 취업 때문에 고민하다가 취업이라도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중소기업 문을 두드려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회사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많은 화장품 계열 회사였다.“제가 지원한 직종이 여자로서 조금 섬세함을 요구하는 자리였나 봅니다. 면접을 보는데 여자들의 섬세함이 필요한데 남자로서 잘 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당연히 잘할 수 있다고 대답했지만 면접관들 눈에는 미덥지 못했나 봐요. 결국 탈락하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여자를 뽑으려는 의중을 면접관들이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나운서가 되려고 준비 중인 김모(30)씨는 예전에 지방에 아나운서 시험을 보러 간 적이 있다. 한 명을 뽑는데 지원자는 엄청나게 많았다. 방송국에서는 남녀 구별을 두지 않은 채 모집공고를 냈다. 김씨는 당연히 실력만 좋으면 붙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최종 합격자는 여성 지원자였다.“남자 지원자들이 밀린 거죠. 당시 느낌은 여자 아나운서를 뽑기로 해놓고 여자만 모집한다는 식으로 공고를 내면 모양이 좋지 않으니까 남녀 구별 없이 공고를 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면접관들이 여성 지원자만 선호한다는 생각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회사에서 최종 면접을 할 때 남자와 여자를 분리해서 면접을 하더라고요. 면접이 끝나고 지원자들끼리 얘기를 해 보니 남자 지원자들한테는 별 질문도 없고 시큰둥했는데, 여자 지원자들한테는 엄청나게 많은 질문을 했더라고요. 관심 정도가 다른 겁니다. 그 회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여자보다 남자가 많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드러내 놓고 차별한 건 없지만, 알게 모르게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07-10-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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