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 사건’‘신라의 달밤’등을 제작한 영화계의 큰손 싸이더스 FNH의 김미희(43) 대표. 서울 충무로 그의 사무실 한편에는 뮤지컬 포스터 10여개가 줄지어 서 있다.‘저지 보이’‘메리 포핀스’‘사춘기’‘위키드’…. 모두 김 대표의 마음 속에 ‘간택’된 작품들이다.
이미지 확대
김미희 싸이더스 FNH 대표.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김미희 싸이더스 FNH 대표.
영화판의 실력가인 그가 뮤지컬 제작에 손을 뻗쳤다. 첫 작품은 11월2일부터 사다리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샤인’. 공연기획사 이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만든 작품으로 2002년 KBS 2TV ‘인간극장’에 방영된 ‘성탄이의 열두번째 크리스마스’를 무대로 옮겼다.
“저는 평생 영화인이에요. 그런데 요즘 보면 영화보다 뮤지컬에 더 관객 반응이 큰 것 같아요. 가능성 있는 시장이죠. 산업화가 될 만한 곳엔 돈이 먼저 가죠. 그리고 좋은 인력이 갑니다. 지금 뮤지컬이 그래요.1980년대 영화판에 대기업이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영화보다 뮤지컬이 반응 더 좋아”
그에게 영화와 뮤지컬은 닮은꼴이기도, 다른꼴이기도 하다.“영화는 시나리오 보면 대충 나오잖아요. 이 감독과 이 배우가 붙으면 이렇게 나오겠다. 그런데 뮤지컬은 공연 전까진 감을 못 잡겠어요. 영화는 찍고 나서 편집하면 또 다르지만 공연은 현장에서 볼 때마다 매번 달라요. 위험하지만 매력 있는 이유죠.”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는 과정은 닮은꼴이다. 영화는 작가주의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관객들이 짜증을 내는 반면 뮤지컬은 관객 만족도가 오히려 높아진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는 영화와 뮤지컬이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올라가는 것. 시너지 효과로 산업을 키워보자는 계산에서다.‘샤인’도 내년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내년 4월 조승우가 출연하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도 내후년쯤엔 대형 뮤지컬로 올릴 예정이다. 전용관 설립도 논의 중이다.
●라이선스보다는 창작
김 대표는 한 해에 세 작품은 꾸준히 만들 생각이다. 라이선스보다 창작 위주로 갈 것이라고 귀띔한다.“제가 프로듀서 출신이라 창작이 훨씬 재미있어요. 라이선스는 많이 바꿀 수도 없고 그걸 보고 투자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선택이죠.” 가슴에 와닿는 대중적인 코드, 감동을 줘야 할 때 사람들에게 쉽게 안기는 장면으로 뭉친 뮤지컬이 그가 만들고 싶은 모델이다. 정신지체인 어머니, 거리에서 노래하는 아버지를 돕는 그들의 선물 같은 아이, 성탄이 이야기를 고른 것도 그 때문이다. 성탄이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도 있었지만 자극적인 소재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성공해야 한다는 소박한 소망이 작용했다.
뮤지컬을 잘 모른다며 손사래 치던 김 대표였지만 그의 지적은 예리했다.“창작의 비율이 너무 적어요. 지금의 한국영화도 창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요.” 창작 인력이 부족하고 박스 오피스의 투명성이 적다는 점, 제작자와 창작자 간의 신뢰가 깊지 않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면서 ‘원금 보장’이라는 족쇄를 채워놓은 것도 그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올해 개막한 작품을 거의 다 봤다는 그가 영화판의 신화를 뮤지컬판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7-10-27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