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들이 붉게 물든 단풍을 보고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북한산이나 설악산 같은 중부 지방의 산에는 단풍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단풍나무는 내장산, 지리산처럼 남부지방의 산에서 주로 자라기 때문이다. 중부지방에는 단풍나무와 비슷한 당단풍나무가 주로 자라고 있다. 따라서 북한산이나 설악산 산행에서 만나는 단풍나무들은 모두 당단풍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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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들 때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청시닥나무, 붉은빛 단풍이 예쁜 복자기, 곡우 때 수액을 받아먹는 고로쇠나무, 가을마다 내장산에 단풍 불을 놓는 단풍나무, 벌나무라고도 하며 수난을 당하는 산겨릅나무, 울릉도에만 사는 섬단풍나무와 우산고로쇠, 고산의 숲 속에 자라는 부게꽃나무. 이들의 공통점은 단풍나무과(科) 단풍나무속(屬)에 속하는 형제나무들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자생 단풍나무속 식물은 신나무 고로쇠나무 만주고로쇠나무 산겨릅나무 시닥나무 청시닥나무 부게꽃나무 단풍나무 아기단풍 당단풍나무 우산고로쇠 섬단풍나무 복자기 복장나무 등 14종이나 된다. 여기에다 일본에서 들어온 홍단풍, 중국에서 들어온 중국단풍, 미국에서 들어온 설탕단풍 은단풍 네군도단풍 등을 심고 있으니 우리가 볼 수 있는 단풍나무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들은 대부분 단풍이 아름답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지만, 이름이 서로 다른 것처럼 여러 가지 특징에서 차이가 나므로 서로 구분할 수 있다. 잎 모양이 손을 펼친 모양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신나무, 복자기, 복장나무 등은 손 모양으로 갈라지지 않고,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등은 손 모양으로 갈라진다. 당단풍나무와 단풍나무는 잎의 갈래가 손가락처럼 가늘게 갈라지므로 이보다 얕게 갈라지는 고로쇠나무와 구별할 수 있다.
당단풍나무와 단풍나무는 나무의 크기도 비슷하고, 잎도 손가락처럼 가늘게 갈라지며, 단풍도 곱게 들므로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두 나무는 사는 곳만 다른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특징도 다르다. 먼저 잎의 크기를 보면 당단풍나무는 지름 9∼11㎝쯤으로 지름 5∼6㎝인 단풍나무보다 더욱 크다. 손가락처럼 보이는 잎의 갈래도 당단풍나무는 9∼11갈래, 단풍나무는 5∼7갈래로서 다르다. 당단풍나무의 잎에는 털이 있지만, 단풍나무에는 털이 거의 없는 점도 서로 다르다. 잎의 특징들 때문에 단풍나무의 잎이 더욱 작고 깔끔하게 보인다. 이처럼 여러 가지 특징이 서로 다른 나무이므로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한눈에 구별할 수 있다.
단풍나무라는 우리말 이름은 한자 이름에서 유래했다. 당단풍나무는 ‘당나라 당(唐)’자를 쓰므로 중국 원산이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우리나라 자생식물이다. 잎의 특징으로 볼 때는 당단풍나무라는 이름보다 왕단풍나무나 넓은잎단풍나무라는 우리말 이름이 더욱 제격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장산 지리산 한라산 같은 남부지방의 산에는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가 섞여 자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중부 지방의 단풍나무 닮은 나무는 당단풍나무라고 하면 맞지만, 남부 지방의 비슷한 나무는 단풍나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이번 가을에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서로 다른 종(種)인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를 구분함으로써 자연을 보는 눈을 조금 업그레이드해 보자.
동북아식물연구소장
2007-10-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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