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의 건강칼럼] 측만증 학교검진

[이춘성의 건강칼럼] 측만증 학교검진

입력 2007-10-20 00:00
수정 2007-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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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가 옆으로 휘는 측만증 유병률은 2% 내외다. 학생 1000명 중 20명 정도의 환자를 예측할 수 있는 수치이다. 환자를 조기에 발견, 효과적으로 치료한다는 취지에서 대부분의 초·중·고교에서 학교검진을 하고 있다. 이 취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지 않다.

영국에서는 측만증의 학교검진이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1983년부터 시행을 중단했다. 도대체 학교검진에 무슨 부작용이 있다는 것일까. 자고로 병이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다 좋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영국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우선, 한 명의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 평균 6명의 학생들이 측만증 의증(疑症) 진단을 받아야 한다.5명은 측만증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마음 고생을 겪어야 한다. 또 의증 진단을 받은 학생들 중에는 실제로 요통을 호소하는 빈도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다음은 측만증으로 확진된 학생들 대부분이 10∼20도의 경미한 측만증을 가졌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25∼30도 이상의 측만증 환자는 학생 1000명 중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집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수준이다.

측만증을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점도 문제다. 조기 발견하면 보조기로 치료하는데, 그 효과에 대해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제는 검진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다 드러나 당사자의 마음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 조기치료의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연히 프라이버시만 침해한다면 이것 역시 예삿일이 아니다.

이런 학교검진에 대해 캐나다는 영국과 입장이 같으며, 미국은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우리도 학교검진을 계속해야 할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당연한 것으로 알았던 측만증의 학교검진을 심도있게 파헤쳐 문제점을 짚어내는 영국 의사들의 혜안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의 다른 분야에도 이런 사안들이 없으란 법이 없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2007-10-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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