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소리를 입혀요”
휴대전화를 열면 ‘부르릉’ 시동켜는 소리가 들린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니 ‘빵빵’ 경적이 울린다. 차문 여닫는 소리도 숨어있다.2005년 LG전자가 히트시킨 일명 ‘포르쉐폰’이다. 유명 스포츠카 포르쉐의 소리와 모양을 그대로 담았다.
“보이는 것만 디자인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들리는 것도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들은 소리를 “만든다.”고 하지 않는다.“디자인한다.”고 말한다. 버튼음 하나에도 사람이 듣기에 가장 좋은 주파수가 있고, 사용하기 편리한 소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나라별로도 좋아하는 소리가 다르다.”가 소개했다. 예컨대 아시아권은 유행에 앞서가는 사운드, 유럽권은 장식을 뺀 보수적 사운드, 미주권은 힙합이나 라틴풍의 전통적 사운드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세 사람의 업무 분장도 지역이 기준이다. 박 연구원은 아시아권, 최 연구원은 유럽·러시아, 강 연구원은 미주 담당이다.
이들은 일년에 몇차례씩 출장 조사를 나간다. 서류로 나타난 유행과 현지 감성이 다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이력서도 흥미롭다. 박 연구원은 클래식(경원대 작곡과)을 전공했다.2002년 LG전자의 협력업체에서 휴대전화 음원을 만들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2004년 아예 LG로 옮겼다. 그가 스웨덴의 유명 아카펠라그룹 ‘리얼’(The Real)과 저작권 문제를 직접 해결한 덕분에 아카펠라폰이 탄생할 수 있었다. 사운드랩실의 ‘창업공신’이다.
최 연구원은 회사안에서 ‘인디계의 무한궤도’로 통한다. 그는 “변절한 과거”라며 들추기를 거부하지만, 대학(서울대 재료공학부)때 언더그라운드 밴드 ‘옐로우 키친’에서 활동했다. 이후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음악테크놀로지를 전공,2005년 사운드랩실에 합류했다.“소리의 특성을 파악해 정확히 짚어내는 귀가 최고 무기”라고 박·강 연구원이 치켜세운다.
막내인 강 연구원은 대학원 전공(국민대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살려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소리에 눈을 떠” 전공을 바꿨다.
요즘 유행인 프라다폰이나 아이폰 같은 터치폰(버튼을 누르지 않고 터치하는 방식)은 조작이 익숙해지면 짧은 순간 터치가 이뤄지는 만큼 소리가 길어서는 안 된다고 강 연구원은 귀띔했다.
휴대전화에 그렇게 많은 소리의 비밀과 고민이 담겨있는지 몰랐다고 하자 이들은 “또 하나의 비밀을 담는 중”이라고 했다. 지역이나 연령층에 따라 소리를 다르게 디자인하되, 언제 어디서나 ‘LG폰’임을 알 수 있게 공통된 소리를 입히는 작업이다. 업계의 화두인 사운드 동일성(아이덴티티)이다.
세 사람은 “티나지 않게 제품에 녹여야 한다.”며 수북이 쌓인 휴대전화로 시선을 옮겼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7-09-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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