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헤니는 수십 번도 더 넘게 같은 말을 뱉었다. 스스로 원했건 아니건 완벽한 매력남의 이미지만을 소비해온 헤니는 ‘마이 파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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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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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헤니
그는 다섯 살 때 해외로 입양된 뒤 친부모를 찾아 한국에 온 제임스 파커를 연기했다. 배역은 딱 맞는 옷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2년 만에 만난 아버지가 사형수라는 것을 알고 갈등하는 연기에서 그가 많이 깊어졌음을 느낀다. 표정은 더욱 섬세하고 풍부해 졌으며, 진심을 발산하는 눈빛은 보는 내내 감정선을 건드린다.
“촬영할 때마다 대본을 보고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다가도 일단 카메라 앞에 서면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도 모를 정도였죠.” 김영철, 김인권 등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한 건 “굉장한 축복”이었다.“경험은 가장 미천한데 배역이 커서 부담이 됐다.”는 그는 “매일 매일이 수업이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활동한 지 2년2개월. 첫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주목을 받은 뒤 두 편의 영화에서 주역을 맡는 등 초고속 성장이다. 가만 있어도 ‘그림’이 되는 그의 외모가 분명 한몫했다. 그런 탓에 어쩌면 우리가 그를 많이 오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한계를 묻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 그런 걸 마음에 품은 적이 없다. 지금껏 가진 재능을 표출할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마이 파더’는 분명 그의 이력에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하다. 시사 이후 그의 연기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연기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 것은 분명 근사한 일이죠. 그러나 저에겐 칭찬보다 비판이 더 약이 됩니다.” 누구보다 자신이 혹독한 비평가라는 그는 스스로에게 무서워 출연작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심지어 ‘…김삼순’도 드라마가 끝난 뒤 혼자 맥주 마시며 봤다고 했다.
그는 알다시피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1100명밖에 살지 않는 작은 동네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남다른 외모는 놀림감이 됐다.“아이들이 좀 잔인(mean)하잖아요.” 수도 없이 싸웠고 어머니는 매일같이 학교에 불려 다녔다.“고등학교 때 변기에 처박혀 코뼈도 부러지고 손가락 열 개도 다 부러졌죠.”라며 열 손가락을 쫙 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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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질적인 경험이 자연스러운 몰입을 이끌지 않았을까. 그는 조심스럽다. 영어 대사가 더 많아서 연기가 나아졌다는 평을 듣는 것 아닐까. 우려 아닌 우려를 한다.‘…김삼순’ 때 의미도 모른 채 앵무새처럼 뱉었던 한국말 대사의 어색함을 기억한다. 기자가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고 했더니 웃으며 “절대 보지 마세요.”한다.
이미지에 흠이 간다며 한국말을 쓰는 것을 원하지 않는 여성팬들도 더러 있다. 친구들로부터 편하게 배우는 한국말 연기는 그에게 약간은 부담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아버지, 사랑합니다.” 면회실 유리창 너머 등 돌려 가는 아버지를 향해 울먹이며 내뱉는 어눌한 한국말은 가슴 밑바닥을 친다.
어제 오늘 내일 딱 3일치의 일만 생각하고, 노래방 가는 것과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들이길 좋아하는 그는 “보통사람”임을 거푸 강조한다.“이런 수트 차림도 사실 질색”이라며 눈을 찡긋했다. 친구 같은 매니저는 “정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친구”라며 거든다. 그를 한꺼풀 더 벗겨낼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질 수밖에.‘마이 파더’는 6일 개봉한다.15세 관람가.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2007-09-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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