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아트 서커스’·웃기는 비보이들…쇼가 시작됐다

3세대 ‘아트 서커스’·웃기는 비보이들…쇼가 시작됐다

윤창수 기자
입력 2007-06-02 00:00
수정 2007-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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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뮤지컬이 주도했던 한국 공연계가 아트 서커스, 비보이와 만나 한층 진화하고 있다. 오는 3일로 서울 잠실 천막극장에서 막을 내리는 ‘퀴담’은 낮공연을 추가할 정도로 인기를 얻으며 한국인들에게 아트 서커스가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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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스
트레이시스
트레이시스, 멀티미디어 쇼 선보여

지난 25∼27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3일간 짧게 공연된 ‘트레이시스’는 ‘퀴담’을 만든 ‘태양의 서커스’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2002년 새로 뭉친 세븐 핑거스에서 제작한 것이다.

1세대 아트 서커스인 태양의 서커스가 예술적 서커스를 정착시켰다면,2세대 서크 엘루아즈는 연극적 서커스를 보여줬다.3세대 세븐핑거스는 멀티미디어 쇼를 시도했다. 이제 캐나다 아트 서커스를 대표하는 세 단체의 공연이 모두 한국에서 선을 뵌 셈이다.

‘트레이시스’가 그간의 아트 서커스와 가장 큰 차별화를 시도한 것은 무대 뒷벽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이다.

이 스크린을 통해 배우들은 그래피티(즉석 그림)를 보여주거나, 동영상을 튼다. 공연의 마지막도 직접 스크린 영상에 뛰어든 배우들로 장식된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화가 얼마나 인상적으로 관객들에게 스며들었는지 의문이다. 주말 한국 관객의 대부분은 서커스를 즐기러 온 어린이들이었고, 이들은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동작에만 크게 환호했다.

4명의 청년과 1명의 여배우가 보여주는 재능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긴 쇠막대를 타고 머리부터 바로 수직낙하 하거나, 바퀴와 몸이 하나가 되어 무대 위에서 회전했다.

하지만 기존 아트 서커스 무대와의 차별화를 위해 시도한 스케이트 보드나 농구공을 활용한 묘기는 아직 어설퍼 보였다.

‘트레이시스’는 흔적이란 뜻. 아직 젊은 배우들은 자신들의 흔적, 즉 그들의 과거에 대해 한국말로 이야기한다.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나이와 성격, 경험 등을 말하는 배우들의 현지화 노력은 가상한 것이었다.

광대가 아니라 건강한 젊은이들이 공중에서 날고, 후프를 통과하며, 서로의 머리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것은 압도적인 시각적 짜릿함을 안겨준다.

한국 공연계는 대단한 메시지 전달에 대한 강박관념 없이, 사소한 이야기만으로 매력적인 시각 체험을 선사한 이들 세븐 핑거스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2일까지 춘천마임축제에서도 공연된다.7500원∼2만원.(033)242-055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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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 공연 한 장면
‘피크닉’ 공연 한 장면
좌충우돌 탈옥기, 피크닉

‘피크닉’은 한번에 들이킬 수 있는 알싸한 맥주를 닮았다. 돗자리와 샌드위치를 챙겨 떠나는 피크닉이 가뿐하듯 딱 그만큼의 마음가짐으로 보면 된다. ‘피크닉’은 비보이 댄서들을 배우로 길러내겠다는 야심과 드라마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출발했다. 해외 진출에 성공한 비언어극인 ‘점프’나 ‘난타’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도다. 세계 시장에서 검증 받겠다며 지난 4월에는 런던 웨스트엔드부터 공략했다. 그리고 지난 26일 드디어 한국 공연계에 합류했다.

‘피크닉’은 죄수 5명의 감옥 탈출기다. 자동차를 정비하던 죄수들이 우주에서 날아온 비급()을 들고 자유를 찾아 탈옥한다. 여기에 비트박스만 나오면 정신 못차리는 경찰, 늘 정색하고 있지만 장난끼로 뭉친 교도관이 가세한다. 섹시한 간호사에서 천진난만한 수녀로 변신하는 미녀 삼총사도 사랑스럽다. ‘피크닉’은 관객과 놀 줄 안다. 코미디를 보는 사람들은 나를 웃겨보겠다고 덤비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배우들은 조명이 자신들을 잡아채는 적막의 순간에 웃음을 끌어낼 줄 안다.

그러나 신선도가 높지는 않다. 웃음의 밑간은 적절히 쳐놨지만 TV코미디나 정통 슬랩스틱에서 본 뜬 상황들이 많다. 감옥에서 병원과 수녀원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인과관계도 덜커덕거린다. 드라마에 방점을 찍었다고 선언한 만큼 캐릭터에 생기를 더 불어넣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크닉’은 코미디의 미덕인 웃음의 강약 조절이 매끄럽다. 특히 땅굴 속에서 인형 몸옷을 얼굴에 달고 달아나는 죄수들의 온몸을 바친 열연(?)에서 관객의 웃음은 정점에 오른다. 이 장면은 연극이란 관객이 기꺼이 속아주는 거짓말임을 확인케 한다. 등줄기를 타고 전해지는 좌석의 들썩임이 어떤건지 가물거린다면 이번 주말 ‘피크닉’, 괜찮은 선택이다.7월 22일까지.3만∼4만원. 충무아트홀.(02)747-0366.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7-06-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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