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환칼럼] 감동도 메시지도 없는 대선정국

[최태환칼럼] 감동도 메시지도 없는 대선정국

입력 2007-04-05 00:00
수정 2007-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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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언론이 한국정치학회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71%가 올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가 눈길을 끈다.‘한나라당 후보의 인기’ 때문으로 보는 이는 3%에 불과했다.85%가 ‘노무현 정권 실정’때문이라고 봤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만 드러난 상황이다. 감동이나 감명의 메시지가 없다는 의미가 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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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얼마 전 “통합은 심봉사 눈을 뜨듯 감동을 줘야 한다.”고 했다. 범여권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는 그다. 그는 “악수만 있을 뿐 그랜드 비전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기성 정치세력·후보군에 대한 폄하다. 그의 발언엔 과장과 거품이 담겼다. 하지만 일정 부분 공감이 간다. 기성정치에 대한 거부감이다.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대감이다.

대선 정국이 눈앞이다. 하지만 미래 가치나 새로운 시대정신을 지향하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경쟁 상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고, 반사 이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당이든, 제3 세력이든, 예비후보든 마찬가지다. 국민들 가슴에 닿을 리 없다.

정치 세력의 흐름을 보면 두 축이다. 반한나라당·한나라당 포위의 흐름이 한 축이다. 노무현 정권의 부정과 배척이 또 다른 축이다. 정반대 축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네거티브 효과에 기대를 건다.‘반한나라당’은 범여권 통합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든 통합신당파이든 민생정치연합이든 지향점이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DJ도 거들었다.‘선 후보단일화 후 신당’ 훈수이다. 하지만 반한나라당의 논거가 명쾌하지 않다. 지금까지 목소리를 보면 그렇다. 일각에선 독재, 반민주, 반개혁, 반통일 세력이라 비난한다. 작위적이고 관념적이다. 민주 대 반민주, 개혁 대 반개혁, 통일 대 반통일의 대결 주장이 공허하다. 시대착오다.“노무현 정부는 실패했다. 내용도 없으면서 다시 모여 재집권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다.”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말이 오히려 공감이 간다.

대척점의 한나라당도 미래비전이 빈곤하긴 마찬가지다.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의 대결 목소리만 요란하다. 사사건건 충돌이다.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는 건 당연하다. 당도 다를 바 없다. 노 정권의 ‘진보좌파, 아마추어리즘’ 이미지 부각만 있을 뿐이다. 대안이나 미래가치가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근 ‘7·4·7 신화’를 들고 나왔다.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신뢰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둘 다 경제와 실용의 의지를 내세운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철학이나 미래비전이라 하기는 어렵다. 이들 캠프 사람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제도권 바깥에서는 통합과 제3의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비노무현, 반한나라당의 기치다. 하지만 대안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잡히지 않는다. 치열하고 절박한 메시지가 없다. 기존 정치권의 거부감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승부를 걸겠다면, 기만에 불과하다. 미래 비전과 철학의 빈곤은 선거를 포퓰리즘 경연장으로 만들 수 있다. 중도와 통합, 경제를 내세운 껍데기 공약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다시 세몰이, 지역대결, 계층대결의 구도로 갈 가능성이 보인다. 새로운 인기투표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한국 정치의 퇴보이고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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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jae@seoul.co.kr
2007-04-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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