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지고 먼 곳까지 간다 負:질 부 致:보낼 치 遠:멀 원
유비의 모사(謀士) 중에 방통(龐統)이라는 사람이 있다. 봉추(鳳雛), 즉 봉황의 새끼라 불릴 만큼 지략이 뛰어나 제갈공명과 쌍벽을 이룬 인물이다. 방통이 어느 날 자신의 친구인 오나라의 대도독 주유가 병으로 죽자 조문을 갔다. 방통이 오나라에 당도하자 육적과 고소, 전종 등 지역의 명사들이 그를 찾았다. 문상이 끝나자 방통을 위한 환송연이 마련됐고, 방통은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에 대한 인물평을 했다. 육적이 잘 달리는 말과 같은 인재라면, 고소는 힘든 일을 이겨내며 일하는 소와 같다. 전종은 지혜는 좀 떨어지지만 역시 당대의 인재다. 이 말을 듣던 사람이 방통에게 물었다.“그렇다면 육적의 재능이 고소를 능가한다는 말입니까.” 방통은 이렇게 대답했다.“말은 민첩하여 빨리 달릴 수 있지만 한 사람밖에 태우지 못합니다. 그러나 소는 하루에 삼백리를 갈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짊어진 짐의 무게가 어찌 한 사람 몸무게밖에 되지 않겠습니까.”‘삼국지-촉서 방통전’에 실린 고사다. 부중치원(負重致遠)이라는 말은 바로 방통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중요한 직책을 맡은 것을 가리키는 성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내정 꼬리표를 떼기도 전에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어설픈 대미 훈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미국이 공언해온 대북정책이 ‘체제붕괴’가 아니라 ‘체제변환 유도’라는 점을 망각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북한 전문가조차 벅찬 통일부 수장 자리에 내정된 그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소처럼 부중치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jmkim@seoul.co.kr
2006-11-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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