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놓고 농담, 취미도 똑같이 낚시·당구…의좋은 형제로 보이기도
부자(父子)작곡가 집에 신인가수가 탄생하여 흔치않게 가요3부자(父子)의 이색가정을 이루게 됐다.『차라리 꿈이라면』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한정호(韓政浩·21)군. 아버지는 작사 겸 작곡가 한복남씨(韓福男·52)고 젊은 작곡가 하기송씨(河基松·본명 한정일(韓政一)·32)가 바로 맏형.
「데뷔」곡부터가 그렇다. 한정호가 불러 요즘 상승의 인기를 보이고 있는 『차라리 꿈이라면』은 아버지 한복남씨의 작사·작곡이고 두번째 노래 『마음의 꽃』은 형 하기송씨의 곡이다. 아버지 작곡가는 작사·작곡 이외 가수로도 소문난 사람.
『엽전 열닷냥』『나그네 밤거리』『빈대떡 신사』등 왕년의 「히트·송」이 모두 한복남씨의 詞·曲·노래다. 지금도 술집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오는 『오동동 타령』『한많은 대동강』『페르샤 왕자』『처녀 뱃사공』등이 이를 테면 아버지의 대표작곡.
노래 재질은 하기송씨 역시 빠지지 않는다. 「히트」는 안됐지만 『푸른 수평선』이란 노래가 바로 하기송씨의 詞·曲·노래다. 대표곡은 『회전의자』(김용만(金用萬) 노래) 『둘이서 트위스트를』(박재란(朴載蘭) 노래) 『나룻배 처녀』(최숙자(崔淑子) 노래)등.
이렇게 보면 한정호의 노래 재질은 타고 난 혈통으로 볼 수 있다. 아버지가 작곡에 손을 댄 것이 5남매의 막내아들인 정호군이 출생한 해이고 그래서 그는 악기를 장난감 삼아 자라났다. 「피아노」, 「기타」 솜씨가 보통 이상. 혈통의 혜택이 아니라도 음악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그래도 아버지 작곡가의 말인즉 『가수 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난과 싸워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아들들만은 다른 분야로 진출해주길』바랐단다. 그래서 정호군의 가수「데뷔」는 전혀 돌발적이다. 『작년 12월이었죠. 할머니에게 담배 20갑을 사다 드리기에 돈이 어디서 났느냐고 추궁했더니 방송 출연료를 받았다는 겁니다』 TBC의 『다이어먼드·쇼』에 「아마추어·싱어」로 출연한 것이 가수로서의 출발. 중앙대(中央大) 연극영화과 2년생으로 전공이 연예분야이기도하지만 내친 김에 가수로 「데뷔」를 시켰단다.
이런 경위는 큰 아들 하기송씨에게서도 볼 수 있다. 작곡가 생활을 시작한 것은 20세 때부터지만 처녀작 『제주 비바리』(황금심(黃琴心) 노래)를 내놓은건 17세때, 당시 서울高 1학년때다. 『어느 날 「기타」를 튕기고 있기에 야단을 쳤죠. 연예인 생활은 나로써 족하다고. 그런데 5선지 위에 끼적거려 내놓은 곡이 나보다 낫단 말예요. 할 수 없다, 하고 싶으면 해라. 그래서 예명도 하기 송(Song), 노래 하기 좋아한다는 뜻으로 지어줬죠』 언뜻 보아서는 3부자(父子)라기보다 3형제(兄弟)다. 부자간에 오갈 수 있는 성질 이상의 농담이 거침없이 튀어 나오고 서로 어깨를 치면서 박장대소를 한다. 취미도 똑같이 낚시와 당구. 당구실력은 아버지와 큰 아들이 2백이고 막내둥이 정호군이 3백. 시간이 나면 3부자는 나란히 당구장에 들어가 「게임」을 벌인단다. 일요일이면 온가족이 「닐」낚시를 떠나고.
『한때 사업이 부진해서 고민 많이 했죠. 그래도 불행하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가정적으로 나만큼 복많은 사내도 없을테니까요』 - 이름도 복남(福男)인 아버지의 얘기.
그는 사업운영은 큰 아들에게 맡기고 좋은 곡을 만들어 정호군의 가수 진출을 힘껏 밀어 볼 생각이란다.
[선데이서울 70년 2월 22일호 제3권 8호 통권 제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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