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사이에는 이가 있고 기가 있다. 이라는 것은 형이상의 도이며, 사물을 낳는 근본이다. 기라는 것은 형이하의 기(器)이며, 사물을 낳는 바탕이 된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물이 생겨남에 반드시 이(理)를 품부 받은 뒤에 성이 있게 된다. 그리고 반드시 기를 품부 받은 뒤에 형체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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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는 이처럼 이기론을 정립함으로써 주돈이의 태극도설을 수용하고 정이, 정호형제의 성리론까지 집대성한다. 그러므로 주자의 철학체계는 자신보다 앞선 성리학의 모든 대가들의 사상을 흡수하고 재창출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뿐인가.
주자는 이처럼 수평적으로 송대의 앞선 사상들을 총정리하여 집대성하였을 뿐 아니라 공자로부터 시작된 증자, 자사, 맹자의 수직적인 유가사상까지도 모두 집대성하였던 것이다. 주자가 이처럼 이(理)의 존재에 ‘천지가 존재하기 전부터 있었으며, 만약 이가 없었더라면 천지도 없었을 것이며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사물도 없었을 것이며 그 외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未有天地之先 畢竟也只是理 有此理 便有此天地 若無此理 便亦無天地 無人無物 都無該載了)’라고 절대성을 부여하고 ‘태극은 단지 천지만물이다. 천지가 있기 전부터 먼저 이이가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결국 맹자가 주장하였던 ‘성선설(性善說)’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결국 주자의 ‘성즉리(性卽理)’ 사상은 맹자의 ‘성선설(性善說)’로 직결되는 것이다.
주자가 이처럼 이의 선재(先在)를 주장하고, 이를 형이상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성선설에 따른 도덕과 윤리를 사상의 중심에 놓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특히 주자는 맹자의 사단설에 주목하고 있었다.
주자는 맹자가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의 근거로 예시하고 있는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은 정(情)이고, 이러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인·의·예·지는 성(性)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자는 성(性)과 정(情)의 관계를 발(發)과 미발(未發), 즉 체(體)와 용(用)의 관계로 보고 있었다. 인간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모두 정(情) 때문이며, 이러한 감정이 발현된 것은 성(性)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었던 것이다. 주자는 이러한 정의 총칭을 칠정(七情)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칠정이란 원래 ‘예기(禮記)’에 나오는 인간이 가진 일곱 가지 감정을 말하는데, 이는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두려움(懼), 좋아함(愛), 미워함(惡), 욕망(慾) 등의 인간감정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칠정은 다만 일곱 가지로 한정한 인간의 심리상태라기보다는 인간이 가진 감정의 총칭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주자는 맹자가 주장한 사단을 ‘이의 발현(理之發)’으로, 칠정은 ‘기의 발현(氣之發)’으로 설명하고 양자를 구분해 놓고 있는데, 사단은 이(理)의 발현이므로 항상 선하지만 칠정은 이치에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불선(不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6-09-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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