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근거 은밀 추궁 뼈있는 유쾌한 코미디
28일 개봉한 ‘잘 살아보세’(제작 굿플레이어)는 박물관에 보내버린 이야기를 능청스레 다시 끄집어낸 자신감으로 빛나는 코미디이다. 추석연휴 극장가의 대표 코미디를 자처한 영화에서는 질박한 코믹물에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이범수,‘오버’하지 않는 유머연기에 능숙한 김정은이 유감없이 주특기를 발휘했다.
시골마을 용두리 보건소로 가족계획 요원 박현주(김정은)가 부임해 왔으나 일이 순탄할 리 없다. 순진한 처녀 몸으로 열심히 피임법을 지도하고 다니건만 마을사람들은 도무지 설득될 기미가 없다. 소작농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순박한 가장 변석구(이범수)의 도움으로 다행히 출산율 0%의 실적 달성을 노려보지만, 어떻게든 손자를 얻으려는 마을 대지주 강씨(변희봉) 집안이 ‘복병’이다.
이 영화는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아우름으로써 복고풍 코미디의 장르적 편견을 털어낸다. 국민의 잠자리까지 관리하려 드는 느닷없고 획일적인 국가 이데올로기가 희화화되고, 영화 속 갈등주체인 지주와 소작농의 역학관계를 통해 권력의 근거와 타당성이 도마에 오른다. 선 굵은 메시지들이 코미디의 장치를 빌려 티나지 않게 은근히 스크린에 부각되는 건 영화의 미덕이다.
문제는, 출발점의 기대치를 메워주지 못하고 주저앉는 부실한 후반부에 있다. 임신부 보쌈까지 감행하는 등의 설정은 유쾌하면서도 ‘뼈있는’ 코미디의 개성 충만한 호흡을 급전직하시킨 무리수로 꼬집힐 만하다.‘오버 더 레인보우’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안진우 감독이 연출했다.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09-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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