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은 김이정에게 서너 조항의 지적을 보낸 것처럼 보인다. 물론 김이정에게 보내면 자연 스승 퇴계에게 전하여질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사실은 퇴계의 10월15일자 편지에 다음과 같이 밝혀진다.
“…최근에 그대가 찾아낸 서너 조항을 김이정이 전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주자가 ‘사물의 이치에 이른다.’하는 것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이었습니다. 그것을 받아 본 뒤에야 비로소 제 견해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옛 견해는 남김없이 다 씻어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주의를 기울여 먼저 이(理)가 스스로 이를 수 있는 까닭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고봉은 도대체 스승 퇴계에게 무엇을 물고 늘어졌음일까.
퇴계가 편지에 쓴 내용대로 ‘사물의 이치에 이른다.’, 즉 ‘물격(物格)’에 관한 퇴계의 견해에 대해 고봉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따져들었기에 퇴계는 ‘비로소 자신의 견해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였음일까.
물격(物格).
‘사물의 이치에 이른다.’는 이 말은 원래 ‘지식을 지극히 함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에 있다.(致知在格物)’에서 비롯되었다.
이 말은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四書), 즉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중용(中庸) 중에서 대학에 나오는 중요한 구절이다.
대학은 특히 유교의 교의를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그 내용은 대략 삼강령(三綱領)과 팔조목(八條目)으로 요약된다.
‘삼강령’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근본 원리를 설명한 것으로 ‘명명덕(明明德:명덕을 밝힘)’,‘신민(新民:백성을 새롭게 함)’,‘지어지선(止於至善:지극한 선에 머무름)’이 바로 그것이다.
‘팔조목’은 대학의 도를 실현하기 위한 여덟 가지의 단계적 방법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명덕(明德:천부의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몸을 닦고, 그 몸을 닦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 그 마음을 바루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뜻을 성실히 하고, 그 뜻을 성실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지식을 지극히 하였으니 ‘지식을 지극히 함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에 있다.(致知在格物)’
사물의 이치가 이른 뒤에 지식이 지극해지고, 지식이 지극해진 뒤에 뜻이 성실해지고, 뜻이 성실해진 뒤에 마음이 바루어지고, 마음이 바루어진 뒤에 몸이 닦아지고, 몸이 닦아진 뒤에 집안이 가지런해지고, 집안이 가지런해진 뒤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 천하가 태평해진다.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일체 모두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삼는다.”
2006-08-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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