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타고 옛 영광 간직한 ‘지중해의 진주’
지중해에 접하고 있는 튀니지는 프랑스 시인 앙드레 말로가 하늘과 바다, 들이 푸르다 하여 3창(蒼)이라 불렀던, 아름다운 나라다. 그러나 한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학위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한국기업에 근무하던 한 분이 튀니지를 미국의 테네시로 이해하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연 600만명의 외국인들이 찾을 정도로 튀니지는 관광대국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외국인에 대한 친절함, 잘 다져진 관광 인프라까지 갖췄으니 유럽 관광객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금요일 저녁에 와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가는 패키지 코스는 싸고 질 좋은 관광으로 인기가 높다.●기원전 3세기 지중해권 문화요지로 번성
지중해 패권을 두고 로마와 겨뤘던 카르타고의 유적지. 튀니스 인근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로마가 철저히 파괴한 탓에 남아 있는 것은 석조물 일부가 전부다.
●유럽풍 정취·넉넉한 인심
튀니지는 이슬람신도 비율이 매우 높으면서도 원리주의에 빠진 적은 없다. 서구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데다, 부패한 이슬람 세력에 대한 개혁조치가 단행됐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가장 오래된 자이툰 사원의 전경.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메디나´
오밀조밀하고 쉽게 돌아다닐 수 있는 수도 튀니스에서 가볼 곳은 구도시인 메디나(도심을 뜻하는 아랍어)다.1981년 유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문화적 중심지로 전통을 듬뿍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7세기에 세워진 메디나는 프랑스 식민기간 동안 세워진 신시가에 밀려 지금은 중심지가 아니지만 과거의 흔적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튀니지는 이슬람신도 비율이 매우 높으면서도 원리주의에 빠진 적은 없다. 서구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데다, 부패한 이슬람 세력에 대한 개혁조치가 단행됐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가장 오래된 자이툰 사원의 내부.
7세기에 세워져 8세기에 재건된 자이툰사원은 반드시 들러야 한다. 메디나 중심부에 라데스 항구를 내려다보면서 솟아 있는 자이툰 사원은 가장 화려하고 탁월한 건축물이다. 사원 중앙부에는 카르타고 유적에서 가져온 200개의 기둥이 세워져 있고, 예배할 수 있는 회랑 숫자만도 10곳에 이르는 큼직한 사원이다. 사원 한가운데에는 넓은 광장이 있고 주위에는 벽 높이만큼의 나무기둥들이 쇠줄에 연결되어 둘러서 있다. 햇살이 따가운 여름철에는 나무기둥에 아마포를 둘러 씌워 둥근 지붕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사원 근처에는 ‘알 아타린’ 향수시장이 있고, 여기서는 손님의 주문에 따라 갖가지 향수를 만들어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카르타고 제국
튀니스를 벗어나 차로 30분을 달리면 카르타고 유적이 나온다. 우리에게는 한니발로 친숙한 카르타고 제국은 방문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크게 마련이다. 로마가 워낙 철저하게 파괴해서 돌기둥과 발굴된 일부 유적만으로는 그 실망감을 보상하기 어렵다.‘비루사’언덕 위에 세워진 카르타고는 지중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화려했던 제국의 영광은 비록 흙 속에 묻혀 있지만 로마장군 스키피오와 마지막 일전을 벌였던 한니발의 포효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언덕 위 카르타고 박물관에는 페니키아인들의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 특히 어린이용 석관이 눈길을 끄는데, 이는 페니키아인들이 그들의 신인 ‘바알’과 ‘타니트’를 위해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린아이의 제사 풍습은 토페트 구역에서 잘 나타난다.1921년에 발굴되었던 이 구역은 카르타고 귀족이 어린아이를 죽이고 매장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진영 한국외대 교수
카르타고의 옛 영광을 간직한 나라, 지중해의 진주 튀니스. 그곳에서 우리는 이방인을 반기는 주인의 후덕함과 여러 문화가 어우러진 모자이크식 문화를 볼 수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그들은 아프리카에 살면서 이슬람을 믿고 유럽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카르타고의 후예들이다.
최진영 한국외대 교수
2006-06-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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