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4시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에서 열릴 홈팀 독일과 이웃 폴란드간의 독일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은 호사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경기다.
이 경기에는 흥미를 끌 만한 요인들이 많다. 우선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략국과 피침당한 국가의 격전으로 ‘유럽판 한·일전’이라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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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폴란드 출신이 골을 넣는다고 폴란드가 반드시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경기다.”라며 잔뜩 흥미를 불어넣는다. 바로 폴란드 출신으로 독일을 택한 미로슬라프 클로제(베르더 브레멘)와 루카스 포돌스키(바이에른 뮌헨)를 염두에 둔 말이다. 클로제는 아버지는 독일인이지만 어머니가 폴란드의 핸드볼 국가대표까지 지낸 폴란드인으로, 태어난 곳도 폴란드 오폴레다.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독일과 폴란드 양쪽에서 국가대표로 뛰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그는 결국 독일을 택했다.
포돌스키는 국적만 독일일 뿐 사실상 폴란드인이다. 폴란드 글라이비츠가 고향이며 부모가 모두 폴란드인이다.1987년 부모와 함께 독일로 건너왔지만 아직도 집에서는 폴란드어를 쓰는데다 1년에 두세 차례 고향을 방문하는 등 조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공교롭게도 이 둘은 독일의 공격을 이끄는 투톱으로 그만큼 골을 터뜨릴 확률도 높다. 이미 클로제는 코스타리카와의 개막전에서 2골을 터뜨렸고, 여러차례 날카로운 슈팅으로 공격을 주도한 포돌스키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1차전에서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에 0-2로 완패,16강 진출의 희망을 찾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폴란드로서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상대의 투톱이 피를 나눈 형제라는 점이 못내 아쉽기만 할 뿐이다.
물론 투톱의 파괴력과 전력으로 봐선 독일의 우세가 점쳐진다. 월드컵 역대 전적만 해도 독일이 2승1무로 앞서고 있다.1974년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한 옛 서독은 폴란드를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고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는 두 팀이 득점 없이 비겼다.
가장 최근인 1996년 친선경기에서는 독일이 2-0으로 이겼다. 통산 전적에서도 독일이 10승4무로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독일은 도르트문트에서 가진 최근 13차례의 경기에서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다.
하지만 한·일전만큼 변수가 많은 양국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승부를 속단할 수도 없다. 우선 벼랑 끝에 몰린 폴란드 선수들의 각오가 만만치 않다.
“어렵겠지만 독일을 꺾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능력의 100% 이상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폴란드의 스트라이커 에우제비우시 스몰라레크의 장담이 폴란드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무엇보다 그는 현재 분데스리가 보르시아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경기가 펼쳐질 경기장에 누구보다 익숙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과연 폴란드가 폴란드 출신을 공격 전면에 내세울 ‘거함’ 독일을 격침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2006-06-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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