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622)-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6)

儒林(622)-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6)

입력 2006-06-12 00:00
수정 2006-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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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6)



서탁 위에 올려진 분매의 모습을 본 순간 퇴계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흰 매화꽃이 극채색(極彩色)의 요염을 드러내고 있었고, 또한 꽃들은 천진한 옥설(玉雪)향기를 뿜고 있었다. 매화불매향(梅花不賣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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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춥더라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말은 퇴계가 매화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이 문장의 뜻을 통해 퇴계는 한평생 선비로서의 기개와 청빈을 지켜나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생이 들고 온 매분에서는 낯익은 천향(天香)이 풍겨오고 있음이었다. 그 향기는 퇴계가 까마득히 잊었던 추억의 내음이었다.

언제였던가.

퇴계는 서탁 위에 놓인 매분을 쳐다보면서 생각하였다.

저 매화 꽃의 천향을 맡았던 적이 도대체 언제였던가.

그 순간 퇴계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올해 퇴계의 나이는 68세. 퇴계가 그 천향의 냄새를 맡았던 것은 까마득한 48세 때의 일이었으니 정확히 20년 전의 일이었던 것이다. 퇴계가 처음으로 매화의 향기와 같은 여인향기를 맡은 것은 바로 두향(杜香)으로부터였던 것이다.

그때 두향의 나이는 18세. 퇴계가 48세의 장년의 나이에서 어느덧 죽음을 바라보는 노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듯 두향이도 이제는 소녀의 나이에서 초로의 나이로 접어든 중년일 것이다.

퇴계는 알 수 있었다.

비록 화분에 심어진 분매이긴 하였지만 그 등걸은 기고(奇高)한 모습으로 용틀임치고 있었다. 적어도 20년은 족히 되었을 매화 등걸이었다.

매화를 기르는 데에는 가지치기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가지치기에 따라서 매화의 모습이 고(古)하고, 아(雅)하고, 아름답게 보이는데, 그 요령으로 말하면 등걸은 드러나야 하고, 줄기는 구부러져야하며, 가지는 성깃해야 하고, 꽃은 드문드문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매화 중의 으뜸은 단연 백매지만 백매 중에서도 최고는 육화(六花)의 엽이 모두 흰눈처럼 새하얀 단엽(單葉)이 최고의 명품이었던 것이다.

평소에 매화를 좋아하는 퇴계로서도 그 꽃은 처음 보는 최고의 빙기옥골(氷肌玉骨)이었다.

문자 그대로 흰눈과 얼음 같은 살결과 옥과 같은 뼈대를 지닌 화괴(花魁)였던 것이다.

이런 매화를 가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사람. 그것은 두향이뿐이었다.

두향이가 매화를 양매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지녔다는 것은 오늘날 두향의 묘비에 새겨진 다음과 같은 비문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지 않을 것인가.

“성명은 두향. 중종조 시대의 사람이며, 단양태생. 특히 거문고에 능하고 난과 매화를 사랑하였으며, 퇴계 이황을 사모하였다.”

비문에 새겨진 대로 매화를 사랑하여 양매를 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던 두향.

두향은 퇴계와 헤어진 20여 년 동안 오로지 임을 생각하는 상사(相思)하나로 분매를 가꾸고, 가지치고. 꽃을 피워 마침내 퇴계가 평생 동안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아취고절(雅趣高節)의 매화 한그루를 이루어낸 것이다.
2006-06-1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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