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긴장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이 다섯 번째 안방 극장 나들이지만 늘 연기력에 대한 지적이 꼬리표처럼 쫓아다녔다.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선입견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터이다.“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볼까.”라는. 게다가 지난해 말 ‘봄의 왈츠’ 출연을 번복했던 일까지 있어 찜찜한 구석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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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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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리
‘황태자의 첫사랑’ 이후 공백 기간이 2년이나 될 정도로 길었다.그만큼 들려오는 이야기에 부담이 컸다는 뜻. 아직도 스스로 연기하는 모습이 민망하고 어색하다는 성유리는 그래도 다시 도전한다.2부까지 대본을 읽고 그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 출연을 결심했다는 드라마는 31일 시작한 MBC 수목 미니시리즈 ‘어느 멋진 날’(연출 신현창, 극본 손은혜, 제작 사과나무픽쳐스).
그녀가 걸쳐야 할 옷은 서하늘이다. 어렸을 때 오빠 서건(공유)과 고아원에서 자랐으나(피를 나눈 남매 사이는 아니다) 오빠는 호주로, 자신은 부잣집에 입양되며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은 인물이다.15년 동안 양어머니의 죽은 딸 ‘박혜원’으로 살다가 다시 서하늘로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때마침 호주에서 서건이 동생을 찾아 한국에 온다.
“이번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겠다는 절실한 마음은 없어요.” 성유리가 의외의 말을 한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는 머리가 끄덕여졌다. 짧은 연기 경력이지만 그동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현장에서 연기 자체를 즐기지 못했다는 것. 연기력에 대한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대사는 이렇게, 연기는 저렇게’ 노심초사했다는 이야기다.“잘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오히려 화면에 비친 모습은 좋지 못했어요. 여유를 가지고 연기 자체의 즐거움을 느껴 보려고 해요.”
두 번째 목표는 ‘성유리처럼 안보이기’.이전까지 시청자들에게 드라마 캐릭터가 아니라 핑클 멤버 성유리로 받아들여졌다고 자평했다. 그래서 연기력 논란이 생겼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이 참에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버렸다. 서하늘이 대형 수족관에서 아쿠아리스트로 일하는 탓에 성유리도 물속을 자주 드나든다. 화장이 모두 지워지고 아쿠아리스트가 입어야할 슈트 탓에 얼굴이 찌그러지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성유리가 아닌 서하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신현창 PD가 “성유리가 상어가 있는 수족관 장면을 찍는데 머리 위로 상어가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연기에 몰두하더라.”고 한마디 거들자 “물속에서 호흡하고 연기하는 데 신경쓰느라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라고 미소지었다.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은 역시 가수 활동이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음악에 대한 매력은 잘 알고 있어요.”라면서 “연기에 있어선 부족한 점이 많아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실제 제가 아닌 캐릭터에 빠져드는 매력이 큰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핑클 멤버들은 그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까.“만나면 진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아요. 서로 쑥스러워하죠. 편하게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라면서 “아마 방송이 시작되면 적나라하게 모니터링을 해주겠죠?”라고 했다.
편해지려고 노력하겠다는 성유리. 시청자도 성유리의 연기를 보며 편해지기를 기대한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006-06-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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