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592)-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28)

儒林(592)-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28)

입력 2006-04-28 00:00
수정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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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28)


“천재다.”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정사룡은 율곡의 답안지를 읽으며 연방 감탄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반(班)과 장(張)의 유(流)다.”

정사룡이 감탄하였던 반은 ‘반고(班固)’를 가리키고, 장은 ‘장형(張衡)’을 가리키는데, 두 사람은 모두 후한(後漢) 때 도읍을 노래한 도부(都賦)를 지음으로써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설적인 문장가로 알려져 있던 사람이었다.

정사룡은 이미 기러기의 발자국처럼 점점이 찍혀 있는 답안지 위에 자신도 모르게 비점을 찍으면서 정독해 내려갔다.

“…만물의 정기가 올라가 뭇별이 되었다고 말하는 따위에 저는 적이 의심을 가집니다. 별들이 하늘에 있는 것은 오행의 정기로서 자연의 기운입니다.

나는 어떤 물건의 정기가 어떤 별이 되었는지를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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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필의 명마가 방성(房星)의 정기가 되고, 부열(傅說)이 열성(列星)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종류의 말은 이른바 ‘산과 강과 땅이 그림자를 하늘에 보낸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것은 선비들이 믿을 것이 못됩니다.…”

“옳거니.”

정사룡은 다시 무릎을 내리치며 탄식하였다.

답안은 비록 짧은 문장이었으나 거자의 높은 식견을 알아볼 수 있는 명문장이었다.

답안지에 나오는 방성(房星)은 ‘천자의 수레를 끄는 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찍이 주나라의 목왕(穆王)이 쓰던 팔준마가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되었고, 은나라의 어진 재상 부열이 하늘에 올라가 열성이 되었다는 장자(莊子)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이러한 전설이나 신화는 일찍이 왕안석(王安石)이 노래하였던 ‘달 속에 무엇이 있는 듯한데, 이는 산하(山河)의 그림자’란 시의 내용처럼 선비로서는 믿을 수 없는 한갓 소문에 불과하다는 거자의 냉정함이 정사룡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정사룡은 다시 읽기 시작하였다.

“…별의 기운됨은 속이 텅 비어 엉긴 것으로, 그것이 혹 음기가 맺히지 못해 혹은 떨어져 돌이 되기도 하고, 떨어져 언덕이 된다는 것을 나는 소자(邵子:송나라의 유학자. 소강절을 말함)의 말에서 보았었으나, 만물의 정기가 별이 된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또 하늘과 땅 사이에 차 있는 것은 기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음기가 엉기어 모여 있어 밖에 있는 양기가 들어오지 못하면 돌고 돌아서 바람이 됩니다. 만물의 기운이 비록 ‘간(艮:東北方)에서 나와 곤(坤:西南方)으로 들어간다.’고 말하나, 그 음기가 모이는 것이 일정한 곳이 없는 만큼 양기가 흩어지는 것도 또한 방향이 없습니다.

큰 덩어리(大塊:땅덩이, 또는 하늘과 땅 사이의 자연)가 내뿜는 기운이 어떻게 한 방향에만 얽매여 있겠습니까.

동쪽에서 일어나는 것을 ‘기르는 바람’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동쪽에서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서쪽에서 일어나는 것을 ‘만물을 죽이는 바람’이라 하는데, 그것이 서쪽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탱자나무 굽은 가지에 새가 집을 짓고, 빈 구멍에서 바람이 분다.’라고 했으니, 그것이 빈 구멍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2006-04-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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