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랭 “대리만족 느낄 아이콘 될래요”

낸시 랭 “대리만족 느낄 아이콘 될래요”

입력 2006-04-27 00:00
수정 200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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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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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말투와 바닥을 보일 것 같지 않은 자신감, 톡톡 튀는 패션, 파격적인 행동…. 팝 아티스트-자신을 소개할 때 꼭 강조한다- 낸시 랭(27)은 인기 스타다. 국내 미술계에 일고 있는 논란을 제쳐두고서라도 말이다. 나이 지긋한 세대까지는 아니더라도 10∼20대 여성들이 그녀의 인생사를 꿰고 일거수일투족을 화제에 올릴 정도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초대받지 않은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진한 화장에다가 속옷 차림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세상에 튀어(pop-up)나왔다. 이후 각종 명화를 패러디하는 전시회를 여는 등 고정 관념을 뒤엎는 전복의 이미지로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한번 꼽아 보자. 광고모델, 광고기획, 패션 디자이너, 아트디렉터….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m.net ‘트렌드 리포트 必’의 진행자로도 나섰다. 또 패션 비평 칼럼을 시작하며 여러 분야에 걸쳐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너무 잘 나가다 보니 일부 비호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21일 네댓 평 남짓한 낸시 랭의 쌈지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건담 등 애니메이션 메카닉 이미지를 차용한 터부요기니 시리즈가 벽면을 가득 메우며 눈길을 끌었다.“현실보다는 꿈이나 여행에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는데 요즘에는 잠도, 여행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다.”며 웃는다. 작품보다는 낸시 랭 자체가 아이콘이 되고 있는 상황. 그녀는 “가장 약한 존재인 소녀, 여성들이 당당한 낸시 랭을 보며 희망과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분석을 내리기도 했다. 요즘 들어선 아티스트보다는 연예인 같다는 질문을 던졌더니 정색을 한다. 꾸려가고 있는 모든 일들이 현대 미술과 대중 사이의 턱을 낮추고 친밀하게 만들어 서로 소통시키려는 일련의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음악이나 무용과는 달리 국내 현대 미술은 정체된 채로 대중에게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털어내기 위해 현실적인 무브먼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순수 미술을 패션과, 쇼비즈와 버무리는 작업을, 작가 자신과 작품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닌 하나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걸어 다니는 팝아트’라는 별명을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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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랭
낸시 랭
6월에는 자선기부파티를 열어 젊은 아티스트 13명을 후원할 계획이다. 서울을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처럼 현대 미술의 메카로 꾸미기 위한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꿈이라고 했다.“거창하고 허황된 것 같죠? 일단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웃는 낸시 랭에게선 과장보다는 투지가 엿보인다.

명품, 엘리트, 달러…. 그녀가 좋아한다고 스스럼없이 외치며 오해를 사고 있는 것들이다. 낸시 랭은 “똑같지 않으면 불안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풍토에서는 오해는 당연한 일”이라면서 “명품이나 엘리트, 돈에 대해 잘못된 개념이 자리잡고 있어 안타까워요.”라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 과시하기 위해 명품을 갖고 싶다는 게 아니라 명품이 명품이 되기 위해 갖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매력적이라는 것. 미술 작가들의 작품 또한 명품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엘리트 또한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는 엘리트가 사회 환원에도 앞장서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해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하다고 했다. 낸시 랭의 작품 세계를 접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일단 그녀의 홈페이지(www.nancylang.com)를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느끼고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006-04-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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