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서양어학부 고혜선(스페인어 전공) 교수는 스페인어가 머잖아 학교에서 퇴출될 것 같아 걱정이다. 전공 선택 과정에서 학생들이 스페인어를 외면하는 현상이 몇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 희망자가 고작 10여명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단국대에서는 독어·불어·스페인어·러시아어 등 이른바 ‘비인기 전공’에서 수강생 4명 이하인 과목이 7개나 됐다. 한 지방 국립대의 경상계열 학과는 지난해 말 큰 홍역을 치렀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높여보려고 인기 없는 과목을 없애고 기업체에서 원하는 교과목을 신설하려고 했다가 교수들이 격렬하게 반대해 논의를 중단했다.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인문사회학 분야 ‘비인기학과’ 교수들의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회 진출에 유리한 전공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 때문이다. 고작 학생 두세 명을 데리고 강의하는 교수, 아예 학생이 없어 교양수업에 나서는 전공교수도 있다. 교수가 정년퇴직 등으로 자연감소해도 더 이상 충원되지 않고 있으며 시간강사들의 강의 자리 또한 줄어들고 있다.
서울대는 올해 인문대 2학년생 전공 배정에서 학생의 80%가 영문·중문·국문학에 몰렸다. 전체 139명 중 51명이 영문과를 원했고 중문과가 33명이었다. 독문과 5명, 불문·언어학과에는 3명씩 지원했지만 노문과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연세대의 경우 인문계열 10개 학과 중 정원을 채운 곳은 영문·중문·심리·사학 등 4개뿐이고 국문·독문·불문·노문·철학·문헌정보학 등 6개 전공은 18∼24명까지 정원에 못미쳤다. 독문학은 배정인원이 17명에 불과해 41명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고려대에서도 일부 학과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불문학과 유석호 교수는 “어문계열 교수들 사이에서는 전통적 교과목인 고대문학, 중세문학을 가르치는 것보다 지역학과 연계시킨 쓸모있는 새로운 전공을 개발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방캠퍼스를 둔 대학의 비인기 학과 교수들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몇해 전부터 서울과 지방캠퍼스 동일 전공에 대한 통합이나 구조조정 얘기가 총장 선거의 단골 공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 보직교수는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에 공감하면서도 기득권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도 비인기 전공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 고 교수는 “학부제를 없애고 과거처럼 학과제로 돌아가기 전에는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유지혜기자 kiyong@seoul.co.kr
2006-02-27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