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가 도입되었다는 소식을 작년에 들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시간을 내어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청문회가 미국의 역사와 함께 매우 오래된 관행으로 되어 있으며 청문회 결과가 국민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청문회에 임하는 판사 내정자, 장관 내정자들의 철학과 자질을 이 기회에 알게 되고 그들이 임명되면 시민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예견할 수 있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원의 소관 위원회에서 적격심사가 통과되어도 상원 본회의에 상정해 다시 투표를 하고, 인준이 된 뒤 대통령이 임명장에 서명해야 비로소 내정자들은 장관이나 판사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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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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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비록 미국 땅에 살고 있지만 한국이 내 조국이고 그 조국의 앞날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이곳 시간으로는 늦은 밤이었지만 이번 장관 인사청문회를 TV로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질의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행정 책임자를 선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하는 것 같아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내정자들의 자질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그들이 임명되면 국가와 국민에게 끼칠 정책 방향도 미리 알 수 있게 된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국회 청문회에서 내정자가 부적격 판단을 받았어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할 수 있다니 청문회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국회 청문회가 대통령의 장관직 인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이러한 청문회는 무용지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인사청문회는 내정자에 관해 국민이나 대통령이 모르는 사실을 공개하고 그 자질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정책방향도 알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도 청문회에서 나온 이슈들을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현행법 체계 하에서 인사청문회는 이름뿐이지 목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시간만 낭비하는 행사가 되어 그 실효성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그냥 해 본’ 장관청문회가 아닌가 보여집니다.
그리고 청문회 질의자로 나온 여·야 국회의원들의 평가가 너무나 양극화 돼 있어 힘겨루기 같은 모양새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현 정권에서 장관직 수명은 초등학교 반장의 수명보다도 짧다고들 합니다. 새로 마련한 청문회의 목적을 존중해서라도 장관을 쉽게 경질하지 않아도 되도록 적격자를 제청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정자들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만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청문회에 임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장관직은 수명이 짧은 것으로 국제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어서 한 이슈를 가지고 국제 회담을 할 때마다 한국측 대표가 달라지기 때문에 회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다음번 한반도 6자회담 한국대표도 지금까지 해온 사람이 아니라니 다른 5개국 대표가 얼마나 혼동하고 실망할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인사청문회를 주관하는 국회도 초당적으로 임해 평가의 양극화를 최소로 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집행부 책임자를 엄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재를 청문회에 제청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내정자들 또한 과거의 사소한 법 위반이나 도덕성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용기를 보여야 합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책임자로서 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인격을 갖추어야 국민의 존경을 받고 일하는 데도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은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의 미래를 항상 걱정하는 한 교포의 생각입니다.
2006-02-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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