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537)-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7)

儒林(537)-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7)

입력 2006-02-10 00:00
수정 2006-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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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27)

그런 의미에서 금강산에서 환속하여 이듬해 봄 한성시에서 장원급제할 때까지의 한겨울은 율곡 생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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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지은 율곡의 시 한수가 남아 전해지고 있는데,‘등불 아래서 글을 본다(燈下看書)’라는 제목의 이 짧은 시는 율곡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간 어디에 진정한 광거(廣居)가 있단 말인가.

백년의 이 몸, 잠깐 쉬어 갈 뿐이로세.

모처럼 해외의 유산몽(遊山夢)에서 깨어나, 외로운 등불 아래 옛 책(古書)을 보누나(何處人間有廣居 百年身世是廬 初回海外遊山夢 一盞靑燈照古書).”

이 시 속에는 금강산에서의 유산몽에서 깨어나 또다시 미뤄 두었던 옛 책을 꺼내들고 유학에 전념하는 율곡의 심정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율곡이 ‘광거(廣居)’, 즉 ‘광활한 집’에 대해서 운위하였다는 점이다.

이 ‘광거’란 문구는 맹자의 ‘등문공(藤文公)하편’ 제2장에 나오는 유명한 말로서 맹자의 핵심사상을 드러내고 있는 명구 중의 하나이다.

즉 유세가였던 경춘(景春)이 맹자를 찾아와 공손연(公孫衍)과 장의(張儀)와 같은 당대의 종횡가(縱橫家)들을 ‘그들이야말로 진실로 대장부가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한번 화를 내면 제후들이 두려워하고 그들이 조용히 거처하면 천하가 잠잠합니다.’라고 말하자 맹자가 단호하게 ‘그들이 어찌 대장부일 수 있겠는가.’하고 꾸짖은 데서 비롯된다. 맹자는 다음과 같이 훈계한다.

“그대는 예를 배우지 않았는가. 장부가 관례를 행할 때에 아버지가 훈계를 하고, 여자가 시집을 갈 때 어머니가 훈계를 하는데,‘시집을 가거든 반드시 공경하고 조심하여 남편을 어기지 말라.’하니 순종함을 정도로 삼는 것이 첩부(妾婦)의 도가 아니겠는가.”

맹자는 ‘공손연(公孫衍)’과 ‘장의(張儀)’가 제후들을 설득하여 이쪽에 붙었다 저쪽에 붙었다 하는 변절을 반복하면서 서로 공격하고 정벌하게 하는 무도한 행위를 여염집의 여인에 비유하여 질타하였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맹자는 진정한 의미의 대장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부르짖는다.

“천하의 넓은 집에 거처하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큰 도리를 행하여 뜻을 얻으면 백성과 함께 도를 행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것을 행하여 부귀가 방탕하지 못하고, 빈천(貧賤)이 뜻을 바꾸지 못하게 하며, 위무가 절개를 굽히게 할 수 없는 것, 이것을 바로 대장부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율곡의 시에 나오는 ‘인간 어디에 진정 광거가 있단 말인가(何處人間有廣居).’하는 문장은 바로 맹자가 부르짖었던 ‘천하의 넓은 집에 거처하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바른 도리를 행한다(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라는 구절에서 인용하여 따온 것.

이를 통해 율곡은 완전히 불교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옛 고서에서 읽었던 대로 맹자가 부르짖었던 유가의 ‘넓은 집(廣居)’에서 바른 자리에 서며, 바른 천하의 도리를 행할 것을 새삼 결심하는 것이다.
2006-02-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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