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527)-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7)

儒林(527)-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7)

입력 2006-01-26 00:00
수정 2006-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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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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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율곡은 노승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공자와 석가는 그 누가 성인입니까.”

그러자 노승은 대답하였다.

“젊은 선비는 나를 놀리지 마시오.”

노승은 처음부터 찾아온 율곡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율곡을 보고서도 ‘일어나지도 않고 한마디의 말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던 노승이었으므로 느닷없이 암자를 찾아와 변론을 시작하는 불청객 젊은 선비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율곡은 물러서지 않고 다시 말을 잇는다.

“부도(浮屠:본래 범어로는 탑이라는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불타, 즉 불교를 일컫는다.)는 본래 오랑캐의 교의여서 중국에서는 이를 시행하지 않습니다.”

율곡의 말은 ‘불교는 원래 서역, 즉 오랑캐의 교로서 이는 중국에서 이교로 생각하는 도인데, 어찌 이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음이었다. 그러자 노승이 대답하였다.

“순(舜)은 동이(東夷)사람이고, 문왕(文王)역시 서이(西夷)사람이고 보면 이들 역시 오랑캐란 말이요.”

노승의 말은 율곡의 말을 정공법으로 반박한 대답이었다.

노승은 율곡을 본 순간 그가 불자가 아니라 유가를 믿는 젊은 선비임을 꿰뚫어 보았으므로 맹자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여 역습해온 것이었다.‘이루하(離婁下)’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순은 제풍(諸馮)에서 태어나 명조(鳴條)에서 죽었으니 동이의 사람이고, 문왕은 기주(岐周)에서 태어나 필영(畢)에서 죽었으니 서이사람이다.”

노승은 율곡이 유가를 믿는 선비이므로 짐짓 맹자의 구절을 들어 공자가 그토록 존경하고 있었던 순과 문왕도 동이와 서이의 오랑캐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공하여 왔던 것이다. 이를 통해 암자에 살고 있던 노승의 학식도 대단하였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음인 것이다.

한방 얻어맞은 율곡은 그러나 만만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율곡은 다시 치열한 법거량(法擧揚)을 시작한다.

“불가의 묘한 곳이 우리 유가를 벗어나지 못하거늘 하필이면 유가를 버리고 불가를 찾아 들어가야 하겠습니까.”

율곡의 말을 들은 노승은 다시 말을 받아 후려쳤다.

“그러하면 소승이 묻겠는데, 유가에서도 ‘마음이 곧 부처다.’란 말이 있소이까.”

노승의 말은 불교의 골수를 가리키고 있음이었다.

‘심즉불(心卽佛)’, 즉 ‘마음이 곧 부처다.’라는 진리는 바로 선불교의 핵심을 가리키고 있음이었다.

이 진리를 처음으로 설법한 사람은 선의 검객(劍客)으로 불리던 마조(馬祖:709-788).

이른바 마조선(馬祖禪)의 선풍을 확립한 선승의 대명사였다.
2006-01-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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