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14) 전통 북(鼓)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14) 전통 북(鼓)

도준석 기자
입력 2006-01-24 00:00
수정 2006-01-2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북은 우리 민족이 가장 즐기는 악기다. 부여의 제천의식인 영고(迎鼓)는 “북을 울려 신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북이 신과 접촉하기 위한 신기(神器)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원시신앙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북은 이후 국가의 상징으로 전해내려 왔다.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은 비류국과 주종관계를 결정짓는 전투에서 북과 나팔을 빼앗고 항복을 받아냈다고 한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극적인 사랑 얘기를 담고 있는 자명고(自鳴鼓) 이야기도 있다. 북이 고대국가의 권위를 나타내는 악기였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삼국시대 이후 우리 조상들은 농사철이면 북을 중심으로 여러 악기를 치며 신명을 돋웠다. 특히 고려시대에 당악과 아악이 들어오며 장구, 교방고(敎坊鼓), 진고(晉鼓) 등 많은 북이 들어와 궁중음악 연주에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무속음악과 마을 풍물굿을 비롯해 판소리, 승무 등 다양한 전통음악과 춤을 통해 북은 우리 문화의 모태가 되었다. 북은 민중의 삶을 가장 진솔하게 담아 내는 그릇이었던 셈이다.

북은 오천년 한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다. 오늘날에는 조상이 물려준 빼어난 음악성인 ‘장단’과 맞물려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우리의 전통을 세계로 이어주는 훌륭한 통로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

윤종국(중요무형문화재 42호 전수장)씨는 이렇듯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깊숙이 자리 잡아온 악기인 북을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장인(匠人)이다.

“북은 메우며 담은 정성만큼 소리가 나옵니다.”

그는 가죽을 북통에 씌우는 북 메우기가 북의 소리를 좌우하는 가장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원래 북 메우기 기술은 기록된 것이 없고 구전으로만 전해 왔어요.” 경기무형문화재로 등록된 후 ‘전통북 전수소’를 운영하면서 북 메우기의 본격적인 전수가 비로소 대를 이어 이뤄지기 시작했단다.

“아버지(윤덕진·작고)는 북이 ‘소리를 담아내는 도구’를 넘어서 ‘우리 혼의 소리를 담아내는 악기’라고 하셨어요.”

윤씨도 이젠 어엿한 장인 소리를 듣지만, 아직 부친의 그림자 끝에도 못 미친다며 겸손해한다.

4대를 이어온 장인의 혼을 담아서 고집스레 메우는 전통북. 거기서 울려나오는 소리는 바로 우리 민족의 웅장한 고동(鼓動)소리인 것이다.

글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이미지 확대


이미지 확대
3개의 북을 삼면에 놓고 멋스러운 우리 가락의 맛을 느끼도록 구성한 삼고무(三鼓舞). 가락의 높낮이와 강약, 대삼, 소삼으로 어우러지는 북장단이 가히 일품이다.(국립국악원 무용단)
3개의 북을 삼면에 놓고 멋스러운 우리 가락의 맛을 느끼도록 구성한 삼고무(三鼓舞). 가락의 높낮이와 강약, 대삼, 소삼으로 어우러지는 북장단이 가히 일품이다.(국립국악원 무용단)


이미지 확대
북메우기 악기장(樂器匠)인 윤종국씨가 만드는 쐐기북은 줄북보다 음량은 적어도 음폭이 길어서 연주 위주로 사용된다.
북메우기 악기장(樂器匠)인 윤종국씨가 만드는 쐐기북은 줄북보다 음량은 적어도 음폭이 길어서 연주 위주로 사용된다.


이미지 확대
불교에서는 법고(法鼓)를 조석예불(朝夕禮佛)때는 물론 의식때 친다. 북소리가 세간에 널리 퍼지듯 불법이 전해지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불교에서는 법고(法鼓)를 조석예불(朝夕禮佛)때는 물론 의식때 친다. 북소리가 세간에 널리 퍼지듯 불법이 전해지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이미지 확대
북의 단청은 청룡, 황룡을 주로 그린다. 구름속의 용을 그릴때 가운데서 둘을 엉키게 하여 오른쪽에 황룡을, 왼쪽에는 청룡을 그리는데 무섭기보다는 순한 모습으로 그린다.
북의 단청은 청룡, 황룡을 주로 그린다. 구름속의 용을 그릴때 가운데서 둘을 엉키게 하여 오른쪽에 황룡을, 왼쪽에는 청룡을 그리는데 무섭기보다는 순한 모습으로 그린다.


이미지 확대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 고수는 연출가인 동시에 지휘자이기도 하다. 소리판의 북반주는 음악을 만들어 가는 주도적 기능을 한다.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 고수는 연출가인 동시에 지휘자이기도 하다. 소리판의 북반주는 음악을 만들어 가는 주도적 기능을 한다.




이미지 확대
북장단 및 타악의 활동범위가 날로 넓어짐에 따라 국악교육은 영역별로 특성화되고 있다. 국악예고 학생들의 장구교육 모습.
북장단 및 타악의 활동범위가 날로 넓어짐에 따라 국악교육은 영역별로 특성화되고 있다. 국악예고 학생들의 장구교육 모습.
2006-01-24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