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515)-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5)

儒林(515)-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5)

입력 2006-01-10 00:00
수정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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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5)


쇄언에 보이는 퇴계의 격려내용을 율곡 스스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나는 예안에서 이틀을 유숙하고 작별을 드렸다. 강릉으로 돌아가 있을 당시 퇴계선생은 나에게 편지와 시를 보내주셨는데, 그 편지에 이르기를 다음과 같이 하셨다.

‘세상에 영명한 재질이 어찌 한정이 있을까마는 다만 옛 학문에 마음 두기를 즐겨하지 않음이 도도한 물결같이 모두가 그렇습니다. 그 중에 스스로 이러한 세속에서 벗어난 자가 있어도 혹 재질이 미치지 못하거나 나이가 이미 늙거나 합니다. 그런데 그대는 높은 재주와 약관의 나이로 바른 길을 향하여 출발하였으니, 후일에 성취할 바를 어찌 측량할 수 있으리오. 바라건대 오직 천만번 원대(遠大)해지기를 스스로 기약하고 소득(小得:문사나 부귀와 같은 도학에서 벗어난 공리적인 헛된 명성)에 스스로 자족하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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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나서 율곡은 퇴계로부터 받은 다음과 같은 시 두 편을 전재하고 있다.

“고래로 이 학문은 세상이 놀라고 의심했는데

이(利)를 노려 경(經)궁리 도는 더욱 멀어졌네.

아, 그대 홀로 능히 추서(墜緖)를 찾아

말을 듣고 새로운 지식을 찾으려 함이오.(從來此學世驚疑 射利窮經道益離 感子獨能尋墜緖 令人聞語發新知).”

퇴계가 율곡에게 보낸 첫 번째 시의 내용은 ‘지금 세상이 혼탁하여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이익만을 탐하고 올바른 도에는 더욱 멀어지고 있지만 오직 그대만이 추서(墜緖:땅에 떨어진 도의 실마리)를 찾아 말을 듣고 온고지신(溫故知新), 즉 옛길을 찾아 새로운 지식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음이 참으로 가상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인 것이다.

퇴계가 율곡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는 다음과 같다.

“시골로 돌아와 오래할 바를 몰라 탄식하다가

고요한 가운데 틈새로 비치는 빛 겨우 엿보았소.

권하노니 그대는 제때에 바른 길 추구하고

궁향에 들었던 일 슬퍼하지 말아주오.(歸來自歎久迷方 靜處才窺隙光 勸子及時追正軌 莫嗟行脚入窮鄕)”

퇴계가 율곡에게 준 이 시는 2박3일의 짧은 만남 동안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주된 내용이 무엇이었던가를 강렬하게 암시해주고 있다.

궁향(窮鄕).

두 번째 시 속에 나오는 궁향은 원래 ‘궁벽한 시골’을 가리키나 여기서는 불교를 말함이었던 것이다.

이 용어는 사기의 ‘조세가(趙世家)’에 나오는 ‘궁향은 괴이한 것이 많고 곡학은 말이 많다.(窮鄕多異曲學多辨)’라는 구절에서 빌려온 것.

그러므로 ‘궁향에 들었던 일을 슬퍼하지 말아주오.’라는 마지막 문장의 뜻은 ‘불교에 심취하였던 과거를 너무 상심해 하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율곡은 19세 된 해 봄 3월에 홀연히 종적을 감추어 금강산으로 입산하였다. 이듬해 하산하여 강릉의 외갓집으로 돌아왔으니 그가 불교에 입문하였던 것은 이처럼 1년 반에 가까운 오랜 기간이었던 것이다.
2006-01-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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