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마땅히 그 뜻을 크게 가져 성인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털 오라기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의 일은 아직 완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제2조 과언(寡言)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으니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제때가 된 뒤에 말을 한다면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다.
제3조 정심(定心)
오랫동안 놓아둔 마음(放心)을 하루아침에 거둬 들여 힘을 얻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마음은 살아있는 물건이다. 마음을 정하는 힘(定力)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마음이 요동(搖動)하여 편안하기 어렵다. 만일 생각이 어지러워질 때에 나의 의지로써 악(惡)을 싫어하여 이것을 끊어버리려고 한다면, 그럴수록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흔들리며, 갑자기 일어났다가 홀연히 없어지기도 하는 것이 꼭 내 마음이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가령 이렇게 하여 단절한다고 하더라도 이 단절하고자 하는 생각(斷絶之念)이 가슴속에 가로막혀 있으리니, 이 또한 망령된 생각(妄念)일 뿐이다.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혼란할 때는 마땅히 정신을 가다듬어 슬쩍 비추어 보고 따라가지 말 것이니, 이렇게 공부를 오래 하면, 반드시 마음이 엉키어 정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일을 처리할 때에 한결같이 하는 것이, 이 또한 정심(定心) 공부이다.”
율곡이 남긴 11조의 자경문 중에서 가장 율곡이 공들여 작성한 부분은 제3조에 해당하는 ‘마음을 바로잡는(定心)’ 조항이다.
얼핏 보면 불교 최고의 선객이었던 마조(馬祖)가 남긴 ‘평소의 마음이 바로 도이다(平常心之道)’를 연상시키는 율곡의 정심 조항은 ‘일을 처리할 때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을 통해 마조선의 핵심인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놓아둔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둬들여 힘을 얻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하는 내용은 맹자의 말을 인용한 것.
맹자는 ‘고자 상편’에서 학문의 길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인은 사람의 마음이고, 의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놓아두고 말미암지 아니하여 그 마음을 놓아버리고 찾을 줄 모르니, 슬프다. 사람은 개와 닭이 나간 것이 있으면 찾을 줄 알지만 마음을 놓아버린 것이 있으면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의 길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그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것뿐이다.’”
‘학문의 길이란 그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學問之道 求其放心已矣)’이란 맹자의 가르침에서 ‘마음을 바로 잡음(定心)’을 스스로 경계하였음이니, 이처럼 20세의 청년 율곡이 쓴 자경문은 아직 불교와 유교의 사상이 혼합되어 나타나고 있는 미완성의 장(章)인 것이다.
2005-12-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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