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498)-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20)

儒林(498)-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20)

입력 2005-12-16 00:00
수정 200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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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20)


성혼이 살고 있었던 곳은 파주의 우계(牛溪). 따라서 성혼의 호는 우계였고, 사람들은 그를 ‘우계선생’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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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병으로 위독하자 자기 다리의 살을 베어 약에 넣어 드시게 하는 등 극진한 효성을 보였으며, 어릴 때부터 여러 경사(經史)에 널리 통하였고, 행의(行義)로도 이름이 났다.10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남다른 노력으로 학문의 성취가 뛰어났으며, 한때 조광조의 문인이었던 백인걸(白仁傑)로부터 상서(尙書)를 배우기도 했던 성혼.

율곡은 사람과의 사귐이 괜찮은 편이었으면서도 너그럽지 못하고, 남의 단점을 잘 밝히고, 이를 쉽게 용납하지 못하는 까다로운 성격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율곡은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는데, 유독 성혼과는 평생 동안 우정을 쌓고 지켜나갔다.

이러한 모습은 43세 되던 해 겨울, 율곡이 문득 총죽지우(蔥竹之友)였던 성혼이 보고 싶어 온 강산에 눈이 잔뜩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를 타고 성혼을 찾아간 장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율곡은 평소에 성혼을 높게 평가하여 ‘의리상 분명한 것은 내가 훌륭하지만 실천에 있어서는 감히 미치지 못한다.’고 성혼을 칭송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율곡이 총명하여 학문적 재능에서는 성혼보다 뛰어나지만 조심스럽고 행동이 돈독하여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 믿음에 있어서는 성혼이 한수 위임을 인정하고 마음속 깊이 존경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짚방석을 깔고 앉아 너울거리는 등잔불 아래서 긴긴 겨울밤을 함께 담소하면서 지새웠다고 전해질만큼 우정이 돈독하였던 것이다.

이때 지은 율곡의 시 한수가 오늘날까지 남아 전하고 있다. 시제는 ‘눈 속을 소를 타고 호원(浩原)을 만났다 이별하며(雪中騎牛訪浩原敍別)’. 시제에 나오는 ‘호원’은 성혼의 자로 성혼을 가리키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올해도 다 저물어서 눈이 산에 가득한데,

들길은 가늘게 고목나무 사이로 뚫렸구나.

소를 타고 어깨가 으쓱하여 어디로 가느냐,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러 우계로 찾아가네.

저물게 사립문을 두드리고 들어서서

청초히 여윈 얼굴을 바라보며 읍(揖)을 하니,

작은 방 무명옷에 짚방석을 깔았구나. 고요하고 긴긴 밤에 잠 안 자고 앉았으니,

벽에 걸린 등잔불이 깜박거리네.

반평생에 이별의 슬픔이 많았으니,

다시금 세상길이 험한 것을 생각하게 되는구료.

이런 말 저런 말(談餘輾轉)에 새벽 닭이 울었는데,

창 앞에 달빛이 환하게 들었구나.”

두 사람 다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었으나 그래도 비교적 율곡이 더 나았는데, 그래서 율곡은 평소 성혼의 건강을 걱정해 주었고, 자기보다 성혼이 먼저 세상을 떠날까 걱정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은 오히려 율곡. 성혼은 율곡보다 14년이나 더 살면서 임진왜란까지 겪는다. 죽을 때까지 율곡을 잊지 못해 성혼은 해마다 그의 기일이 되면 흰 소복을 입고 율곡의 인품과 우정을 생각하며 슬픔에 젖곤 했다고 한다.
2005-12-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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