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과학으로 돌아가자’란 칼럼을 쓸 때만 해도 연구윤리 문제에 머물러 있던 ‘황우석 논란’이 논문의 진위문제로 확대되면서 서울대가 자체 검증을 결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서울대가 뒤늦게나마 과학적 자세로 돌아와 조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논문의 조작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후속 논문을 통해 검증’하겠다거나 ‘과학계가 검증할 일’이란 식으로 대응을 했던 것은 설득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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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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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숙 논설실장
의혹의 대상이 논문의 오류가 아니라 실험 결과의 조작 여부일 경우 해당 연구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진실을 밝혀낼 방법은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객관적이고 엄밀한 조사로 조작이 없었으면 없는 대로, 있었으면 있는 대로 사실을 밝혀야 한다. 진정한 과학은 의문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문 제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완벽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우석 논문의 진위여부가 어떻게 판정되든, 우리가 과학적 이성으로 돌아왔다면 성찰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무엇보다 연구윤리 문제와 논문의 진위 문제가 모두 외부의 자극을 통해서야 우리의 공식 어젠다가 되었다는 것은 자성해야 할 부분이다. 연구원 난자 채취문제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그리고 진실에 접한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이 있고 나서야 황교수의 고백이 이어졌다. 논문의 진위 문제 역시 미국 저널 사이언스지의 입만 바라보다 ‘검증하지 말란 말을 한 적이 없다.’는 한 마디에 돌연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나라의 자체 정화력은 마비되고 외국 과학계가 국내 과학기술 문제를 좌지우지하게 되었는가.
지난번 칼럼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정부, 정치권, 일부 언론의 책임을 거론한 바 있었지만 과학기술계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는 것을 지적해야 하겠다. 기자가 만난 많은 과학기술자들은 황 교수의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실제 이상 과장되고 과잉집중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었다.
줄기세포의 과학적 잠재력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성체줄기세포와 인공수정란 유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10대1 정도의 비율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배아복제줄기세포는 인간복제의 과정이기 때문에 연구를 기피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현재 연구는 기초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실용화까지 갈 길은 멀다는 사실과 함께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등록을 받는 행위는 헛된 기대를 갖게 하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해주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뒤에서 이런 말을 하는 이는 있었을지언정 내놓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노벨상 수상운동을 펼치며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어떤 과학기술자는 “작년 2월 이래 황우석현상은 이미 과학기술의 손을 떠나 있었다.”고 항변한다.PD수첩이 당한 역풍에서 보듯 거역하기 힘든 신드롬에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계는 수많은 내부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현상에 편승하여 과학기술의 파이를 키워보려는 욕심으로 이를 외면한 혐의는 없는 것일까. 과학기술계는 무엇보다 ‘과학홍보대사’로서 ‘스타과학자’의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윤리문제를 포함한 황 교수 문제를 ‘문화차이’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기준은 오직 ‘국제기준’하나만이 통한다는 것에 과학기술계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과학의 신뢰성 훼손이 가져다 줄 역풍이 두렵다. 이제부터라도 과학기술계는 냉정을 되찾아 이번 사건의 엄정한 교훈을 읽어야 할 것이다.
yshin@seoul.co.kr
2005-12-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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