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485)-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7)

儒林(485)-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7)

입력 2005-11-29 00:00
수정 2005-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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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7)

그러므로 10살의 율곡이 지은 ‘바람을 맞으며 술잔을 들면 희문이 세상을 근심하는 정이 가득해 온다.’라는 내용은 ‘천하의 근심보다 앞서 걱정하고 천하의 즐김보다 나중에 즐긴다.’는 범중엄의 기문을 인용하였음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율곡은 10살에 벌써 유교경전을 공부해 이를 자유자재로 인용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정신세계에 도달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송나라의 신유학자이자 개혁자였던 범중엄의 문집도 독파하였을 만큼 문리에 통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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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이 지은 ‘경포대부’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기운에 유통하는 조화가 뭉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그 신비함을 우리나라에 벌여놓아 맑은 기운이 강원도에 모였다. 물결은 바다에 나뉘어 하나의 차가운 거울처럼 투명하다. 왼편다리를 봉래섬(신선이 살고 있다는 섬)에 잃어버려 두고 두어점의 푸른 봉우리가 나열하였다. 여기에 한 누각(경포대)이 호수에 임하여 마치 발돋움하여 날아갈 듯하다.…나그네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세상에 나가서 도를 행함과 물러가 은거함은 운수에 달렸고, 화복(禍福)에는 때가 있는 법. 구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버려도 버려질 수 없다. 하물며 형상은 비록 만 가지로 나누어지지만 이치의 합하는 것은 하나이다. 죽고 사는 것을 분별하지 못하거늘 또한 오래고 빠른 것을 논하겠는가. 장주(莊周)는 내가 아니고 나비는 실물(實物)이 아니다. 꿈도 없고 진실도 없다.…”

이 문장을 통해 율곡이 벌써 10살의 나이 때 ‘형상은 비록 만 가지로 나누어지지만 이(理)의 합하는 것은 하나이다.’라는 ‘이기론’의 원리를 터득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그뿐 아니라 ‘장자’의 ‘나비의 꿈’을 인용함으로써 율곡의 독서범위가 유교서적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노장으로까지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경포대부’의 마지막 부분은 율곡의 사유가 불교적 경지에까지 이르렀음을 말해주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 인생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짧은 일백년이고, 신체는 넓은 바다 가운데 한 개의 좁쌀이라네. 여름 벌레가 얼음을 의심하는 것이 가소롭거니와 통달한 현인들의 뛰어난 식견을 그리워하는 도다. 좋은 경치를 찾아 천지를 집으로 삼을지니 어찌 반드시 중선이 헛되어 고향을 그리워함을 본받겠는가.”

글 속에 나오는 중선(仲宣)은 후한 말기의 시인 왕찬(王粲:177∼217)을 가리키는 것으로 ‘도시(倒屎)’, 즉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는 고사성어를 낳은 사람.

왕찬이 장안에 가서 채옹(蔡邕)을 만났을 때 ‘그는 왕공의 후손으로 그 재능을 도저히 따를 수 없다. 나도 그를 따를 수 없으니, 우리 집에 있는 서적을 모두 그에게 드리리다.’라고 말하고 신발을 거꾸로 신고 영접하였던 당대 최고의 시인.

그러나 결국 그 빼어난 재능으로 피살되고 말았는데, 왕찬은 생전에 나귀 울음소리를 좋아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죽자 위문제(魏文帝) 조비(曹丕)는 문상 왔다가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왕찬은 생전에 나귀 울음소리를 좋아하였으니 모두 한번씩 나귀 울음소리를 내어 영결토록 합시다.”

왕찬이 생전에 나귀의 울음소리를 좋아하였던 것은 자신의 처지를 고향을 떠나 헛되이 떠도는 한 마리의 나귀로 비유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2005-11-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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