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복창은 율곡이 세상에 태어나기 1년 전에 벌써 별시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그 무렵 한창 벼슬길을 달리고 있던 전도유망한 사람이었다.
특히 진복창은 훗날 윤원형을 도와 을사사화를 일으킨 매우 부도덕한 인물로 사관들은 진복창을 독사로까지 매도하고 있는 인물인데,7살의 소년 이율곡은 평소에 자신이 본 진복창이란 인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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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군자는 마음속에 덕을 쌓는 까닭에 늘 태연하고, 성숙하지 못한 소인은 마음속에 욕심을 쌓는 까닭에 마음이 늘 불안하다. 내가 진복창의 사람됨을 보니 속으로는 불평불만을 품었으되, 겉으로는 태연한 척한다. 이 사람이 벼슬자리를 얻게 된다면 나중에 닥칠 걱정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이 문장에 나오는 ‘군자는 마음속에 덕을 쌓는 까닭에 늘 태연하고, 소인은 마음속에 욕심을 쌓는 까닭에 마음이 늘 불안하다.’라는 구절은 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공자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군자는 마음이 평탄하고 넓으며, 소인은 언제나 걱정을 한다.(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
이를 통해 7세에 율곡은 벌써 군자의 논어뿐 아니라 사서를 이해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그 무렵 병조판서 김안국(金安國)이 닥나무에 이끼를 섞은 태지(苔紙)라는 종이를 만들고 유교교과서인 사서삼경을 많이 간행하여 지방의 선비들에게까지 보급하였던 결과로 집안의 신분으로 보아서 율곡은 이와 같은 유교의 경전을 일찍 접하고 이를 어머니를 통해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7세의 율곡이 논어의 이 문장을 자유자재로 인용하였다는 것보다는 당대의 권신 ‘진복창’에 대해서 ‘이 사람이 벼슬자리를 얻게 된다면 나중에 닥칠 걱정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라는 인물평을 하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먼 훗날의 일이지만 율곡의 장인인 노경린이 진복창으로부터 탄핵을 입어 벼슬자리에서 좌천된 일이 있고 보면 사람의 됨됨이를 꿰뚫어보는 7살의 율곡의 혜안은 실로 경이적인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진복창은 윤원형의 심복이 되어 갖은 악행을 저지르다가 유배되어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나중에 닥칠 걱정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라는 율곡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되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율곡의 시심(詩心) 역시 천재적인 것이었다.
그가 남긴 최초의 시는 파주군 파평면 임진강 기슭에 있는, 선대로부터 내려온 화석정(花石亭)이란 정자에서 지은 오언율시이다. 깊은 가을저녁에 이곳을 찾은 8세의 율곡은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숲 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으니/시인의 생각은 끝이 없어라.
멀리 흐르는 물은 마을에 닿아 푸르고/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어가네.
산은 외로운 달을 토해내고/강은 만리에 바람을 머금었도다. 하늘가에 저 기러기 어디로 가는가/저무는 노을 속으로 울음소리 끊기누나.”
2005-11-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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