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하는 ‘빨간 구두’(Don´t Move·14일 개봉)는 제목이 다분히 기만적(?)이다. 강렬하고 도발적인 이미지를 앞세우는 제목과는 딴판으로 영화는 오히려 처연한 멜로에 가깝다. 경쾌한 템포로 감성을 건드려주는 ‘쿨’한 멜로를 기대하는 신세대 관객들에겐 부담스러울 만큼. 유능한 중년 외과의사 티모테오(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지난날의 지독한 사랑을 더듬는 과정이 그대로 기둥줄거리가 됐다. 하나뿐인 딸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병실 앞에서 불현듯 남자가 불러낸 기억의 편린은,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애절한 사랑.
영화는, 재능과 미모를 완벽하게 갖춘 아내 엘자(클라우디아 게리니)를 곁에 두고서도 늘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 하던 젊은 티모테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우연히 머문 시골마을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여인 이탈리아(페넬로페 크루즈). 가난하고 무식하지만 영혼의 상처까지도 위무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순수한 여자에게 티모테오는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한때 톰 크루즈의 여인으로 외신을 달궜던 페넬로페 크루즈. 그녀가 연기를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던진 영화로 오래 기억될 만하다. 한 남자를 욕심없이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배우로서의 성적 매력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거칠고 볼품없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의지가지 없이 살아가는 이 가난한 여인은, 자신을 위안처로 삼으려는 남자를 조건없이 사랑할 뿐이다. 불륜 소재 등 딱히 참신할 것 없는 주변장치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보다 훨씬 강렬한 감정의 요철을 선사한다. 딸아이가 태어나자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탈리아를 버려야 했으며, 이후 삶의 유일한 목적이었던 딸이 죽음에 맞닥뜨린 시간에 옛사랑을 반추하는 티모테오의 사연은 ‘신파’에 가깝도록 애절한 감상을 자극한다. 중년관객들에게 한결 편안하게 다가갈 멜로임에 틀림없다. 티모테오를 연기한 이탈리아 출신의 배우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연출까지 했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10-13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