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결혼해요] 박수진♥김기흥

[저희 결혼해요] 박수진♥김기흥

입력 2005-09-29 00:00
수정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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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김기흥
박수진♥김기흥
안녕하세요. 제가 장가를 갑니다. 제 나이 서른 한 살, 이제는 어떤 일이든 무엇이든 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나이인데요.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책임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책임, 그 대상이 제게 너무나 소중한 ‘수진이’라 너무나 행복합니다.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준 그녀에게 감사하다는 말보단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퇴근 뒤 어렵게 만난 자리에서 피곤에 저도 모르게 차 안에서 잠이 들어도 그냥 묵묵히 제 모습을 보며 자리를 지켜준 그녀, 남들처럼 분위기 좋은 곳도 못 데려가고 그렇다고 재미있는 얘기도 못한 채,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대부분 회사 이야기만 하다가 잠이 들던 저. 그 날도 그랬습니다. 그러다 문득 잠이 깨 슬그머니 그녀를 훔쳐 봤습니다. 그녀 얼굴 뒤에 달이 운치 있게 떠 있었습니다.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녀와 저는 2002년 12월 학교 선배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때가 아니었는지 우린 헤어졌습니다. 그러다 2003년 9월4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의왕 컨테이너 기지에 취재를 나갔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려고 하던 중 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역삼역 부근에서 타워 크레인이 떨어졌다고.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1년차 기자였던 저는 긴장감에, 의욕이 앞서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누구보다도 먼저 도착해 취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김기흥씨∼김기흥씨∼”하며 제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옆을 봐도 뒤를 봐도 아무도 없었습니다.“김기흥씨!” 그제서야 옆 건물 9층에서 한 여자가 제 이름을 부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바로 수진이였습니다.

9개월만의 재회. 소개로 만났던 그녀가 이제는 사고 현장의 목격자로 제 앞에 있었습니다. 처음의 만남과는 사뭇 느낌부터가 달랐습니다. 반갑다는 느낌, 좋다는 느낌…단순히 이런 말들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날처럼 제가 기자라는 사실이 대견스럽고 다행이다 싶은 날이 없었습니다. 연이라면 이런 연도 없겠지요. 그런데 아십니까? 대학원을 다니는 수진이의 지도 교수님이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저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이런 인연, 이제는 여러분의 사랑과 축복 속에서 소중히 지켜가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제 신부 수진이, 그리고 여러분. 새삼 결혼을 준비하면서 제가 얼마나 주위 분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저는 얼마나 잘 못했는지 느끼게 됐습니다.



며칠 후 10월2일 오후 KBS신관 예식홀에서 드디어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마음씨 예쁜 수진이와 함께 잘 살겠습니다. 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날에 김기흥 드립니다.
2005-09-29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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