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中 ‘교육개혁실험’

구로中 ‘교육개혁실험’

박현갑 기자
입력 2005-08-26 00:00
수정 2005-08-26 07: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근엄한 표정…. 교장선생님 하면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런 교장상을 깰 40대 공모제 교장이 탄생한다. 서울 구로중학교 교장에 선임돼 오는 9월1일 부임하는 서울 반포중학교 최병갑(45) 교감이다.

최 교감이 교장으로 부임하면 전국 초중고를 통틀어 최연소 교장이 된다.

1960년생에 서울대 사대 영어교육과 80학번인 최 신임 교장은 386세대로서도 첫 교장인 셈이다.

이미지 확대
최병감 교감
최병감 교감
교장공모제는 위기에 빠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90년대 말 도입됐다. 구로중학교는 학급 수가 44개나 되는 큰 공립학교이지만 저소득층이 밀집한 교육 낙후지역에 있다.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이 200명이나 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이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 발전책으로 교장 공모를 결정했다. 교사들이 자체 조사한 결과 42대14로 공모를 희망한 교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학교를 되살리기 위해 외부의 새 바람을 원했던 것.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우범 교사는 “최 선생님이 우리 학교를 역동적이고 젊은 학교로 만들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고 뽑은 이유를 밝혔다. 연륜보다 열정과 젊음을 선택한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최 신임 교장의 각오는 대단하다. 그의 계획중에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학교를 리모델링하고 도서관을 쉴 곳 없는 학생들의 쉼터 기능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학습 부진아는 방과후에 보충교육을 시키고 전자결재를 도입하며 교장 권한을 부장 선생님들에게 이양하는 등의 파격적인 계획도 있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돈이 필요하면 기획서를 작성해 당국에 직접 요청하겠다는 복안도 있다.

심사에 앞서 최 신임 교장은 학교 주변을 20여차례나 탐방하며 청소년 유해업소 현황을 파악하는 열의도 보였다. 그는 교육개혁이 전문가 중심으로 추진돼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사교육 문제는 공교육 투자를 확대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또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우수인력을 끌어들인 뒤 부적격 교사는 퇴출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13년 6개월 동안 고교 영어교사로 일한 그는 교육연구사 공채 1기 시험에 합격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에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1년간 근무한 경험도 있다. 교육전문직으로 정식 발령받아 청와대에서 근무한 1호 공무원이다.

공모에 응한 이유에 대해 그는 “교육부 등에서 실무적으로 수립한 교육정책을 일선학교에서 실천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발로 뛰는 교장’을 부임 전부터 실천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 슈퍼마켓, 학원 등 학교 주변 업소를 찾아다니며 지역사회가 학교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느라 벌써부터 하루하루가 바쁘다. 홈페이지에 학부모 커뮤니티도 개설하고 학교 일정을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를 하는 등 학교와 학부모가 하나가 되는 ‘열린교육’ 방안도 구상중이다. 아마도 앞으로 구로중학교 교장실은 늘 비어 있을 것 같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2005-08-26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