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 Disease]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지훈상 박사

[Doctor & Disease]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지훈상 박사

입력 2005-08-22 00:00
수정 200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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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醫 기근현상 10년째 안 고치면 국민건강 중병”

“발전은 이끄는 누군가가 있어야 합니다. 세브란스의 발전이 곧 한국의료의 발전을 이끈다는 믿음을 갖고 우리 병원을 아시아 의료허브로 키우겠습니다.” 연세의료원장 겸 연세대 의무부총장 지훈상(60) 박사는 그의 그늘에서 자란 많은 후학들로부터 ‘범털’로 불릴 만큼 엄격해 지금도 “의사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호령을 입에 달고 살지만 여전히 그의 품에 깃드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가슴이 따뜻한 까닭이다. 이렇게 외과 전문의로 한 시절을 풍미한 그였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격세지감이지요. 요즘 의대 졸업하는 젊은 세대는 외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쉽게만 가려고들 해요. 힘겨운 과정을 거쳐 뭔가를 쟁취하려는 도전의식이 없는 탓이지요.” 사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외과 기피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는 이런 현상을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사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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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상 박사
지훈상 박사
▶이런 현상이 외과의 역할과 맞물려 더 크게 부각될 텐데, 의료 분야에서 외과가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를 설명해 달라.

-외과 없이 의료를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경우 환자의 80∼90%는 치료 중 1회 이상 외과적 수술을 거친다. 다른 질환도 마찬가지다.

▶실태는 어떤가.

-최근 전공의 모집현황을 보면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등은 지원자가 넘쳐나는데 일반외과나 흉부외과는 매년 미달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외과 전문의 기근이 벌써 10년을 넘겼다. 원인은 어디에 있나.

-외과 전문의의 고난도 의료행위가 현행 의료보험 체계에서 적절한 보상을 못받기 때문이다. 이들이 숙련된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교육 및 수련기간을 거치는데, 막상 수입은 기대에 턱없이 못미쳐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 물론 매사에 쉽게 가려는 젊은 의학도들의 자세에도 문제는 있다.

▶그 결과 현상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나타난 부작용과 문제는 무엇인가.

-외과는 약제가 아니라 기술과 지식으로 환자를 다뤄야 하며, 이 때문에 잘 훈련된 전문의의 수적인 부족은 응급환자나 암 등 중요한 질환자에 대한 처치 지연과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건강에 대한 위협으로 나타난다.

▶산술적 형평에 집착한 ‘정책적 불평등’을 외과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 짚었는데, 다른 이유는 없는 것인가.

-대학병원의 외과 전문의들은 스태프로서 수련과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가 하면 진료와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 정신적·체력적인 고충이 크고 시간도 태부족해 교육 부실로 이어지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지 박사는 외과 수련의로 수입이나 건강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일에 매달려 보낸 젊은 시절을 회고했다.“그런 열정이 필요한데, 요새는 오로지 ‘easy-going’하잖아요? 예전에 소위 메이저과로 불렸던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가 공히 기피 대상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 대안이 필요합니다. 제가 교환교수로 있던 80년대의 미국도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미국 정부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지원정책을 편 결과 90년대 들어 조금씩 개선되더군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집니다. 정책부재로 유능한 인력이 사장되고 의료인력의 균배가 깨어지는 현실은 빨리 바로잡아야지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해법은 사회적 인식 전환과 의료제도의 보완에 있다고 본다. 정부가 실상을 면밀히 파악하고 평가해 이에 걸맞은 정책을 제시한다면 틀림없이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기기 첨단화와 기술화로 이런 현상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 이는 대세이고 점차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영향으로 당장 외과 의사의 수요가 줄지는 않을 것이며, 기기도 외과 의사가 다루기 때문에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의학도들의 생각도 중요할 텐데….

-생명을 지키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의학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의학의 꽃’이라는 외과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내가 지나온 발자국이 지금의 그들에게 길이 되고 방향타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

뇌·암 ‘선택과 집중’… 아시아 의료허브로

지 박사는 지금 ‘한국의 세브란스’를 ‘세계의 세브란스’로 키워내 이곳을 아시아의 의료허브로 자리잡게 하는 일이야말로 120년 세브란스 역사의 대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는 3개월 전의 세브란스 새 병원 개원이 직접적인 동인이자 계기가 됐다.

“새 병원이 이젠 안정기에 들었습니다. 새 병원 개원은 환자 중심의 통합진료 시스템을 실현하게 했으며, 유비쿼터스 시스템 등 첨단시설과 로봇수술, 첨단 iMRI와 PET-CT 등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춰 감히 우리나라 의료의 표준을 제시했다고 자부합니다.”

▶아시아의 의료허브로 성장할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

-그 방법론은 ‘선택과 집중’이다. 우선, 우리는 암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축적해 왔으며, 이를 토대로 세계 굴지의 암 전문병원을 건립, 운영할 계획이다. 이어 세포치료를 포함한 뇌신경분야에도 에너지를 집중해 육성할 것이다. 또 늘어나는 외국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새 병원에 국제진료소를 설치, 운영 중이다. 이런 일련의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존스홉킨스,MD앤더슨 암센터 등 세계 굴지의 병원들과 의료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어 일본과도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발전적 관점에서 선진국과 우리의 의료 수준을 냉정하게 비교해 달라.

-대한의학회는 최근 세계 상위 10%의 의료기관과 우리나라 상위 10% 의료기관을 비교한 결과 우리가 세계의 83% 수준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아직 갭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위암, 간암, 간이식과 심장질환 치료 등은 세계 최고수준에 올라 있다.

■의료·교육등 지식서비스산업 과감한 육성을 지 박사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서도 비교적 냉철하게 문제를 짚었다.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의료정책의 핵심은 공공성 강화와 의료산업화인데, 이는 공공의료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지나친 규제로 국제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문제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향후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의료와 교육분야에서 얻어야 하고, 이는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에서도 확인되는 대목입니다. 이런 구상을 구체화하려면 정부가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민간이 부담없이 의료의 공공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친시장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료도 결국 경쟁력으로 말하는 시대 아닙니까?”

지훈상 박사는

▲연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영동세브란스병원장▲미국외과학회 정회원▲미국외상학회 명예회원▲미국 쇼크-소사이어티(Shock Society)정회원▲국제 외상 및 중환자협회·국제외과학회 정회원▲현, 대한응급의학회·대한외상학회 명예회장, 한국의료QA학회 부회장▲대한병원협회 전국 전공의 전형위원장▲현, 의학교육발전추진실무위 실무 및 기획위원▲현, 연세대 동문회 상임부회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05-08-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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