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제나라에 간 공자가 안영으로부터 ‘대체로 유자는 말만 그럴싸하지 바른 규범을 지키지 못하며 여러 나라를 유세하고 구걸하며 빌리기만 잘하니 나라를 위하는 짓은 못됩니다.’라는 제재를 당해 경공으로부터 홀대를 받은 것처럼 제나라에 간 맹자 역시 순우곤으로부터 강력한 제지를 받아 위왕을 제대로 접견조차 하지 못하였던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 무렵 순우곤과 맹자는 전국시대 사상 가장 유명한 논전을 벌이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순우곤이 맹자를 찾아와 다음과 같이 물었다.
“남자와 여자가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것이 예(禮)입니까.(男女授受不親禮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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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곤의 말은 교묘한 함정을 갖고 있었다. 즉 ‘수수불친(授受不親)’이란 ‘손과 손이 마주 닿아서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순우곤의 질문은 ‘남녀는 서로 손이 닿지 않아야 되는 것이 예입니까.’하고 묻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맹자는 대답한다.
“그것이 예(禮)이다.”
맹자가 대답하자 세치의 혓바닥을 가진 순우곤이 비로소 맹자가 자신의 미끼에 걸려들었음을 알고 회심의 미소를 띠며 다시 물어 말하였다.
“하오면 여기 제수나 형수가 물에 빠져 있습니다. 손으로 끌어내야 합니까.”
순우곤의 두 번째 질문 역시 교묘한 함정을 갖고 있었다.
즉 맹자의 대답대로 남녀는 유별하여 서로 상대방의 몸에 손을 대지 아니하는 것이 예라면, 그러나 지금 형수 혹은 제수가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는데 손을 뻗어 건져 올리자니 무례(無禮)한 일이고, 그렇다고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는 것은 무도(無道)한 일이 아닐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묻는 순우곤의 질문은 실로 궤변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일언지하로 대답한다.
“제수나 형수가 물에 빠졌는데도 손을 뻗어 끌어내지 아니하면 승냥이나 이리다.”
맹자의 대답은 단호하다.
아무리 남녀가 유별하여 손을 댈 수 없는 상대방이라 할지라도 목숨이 위태로울 때 손을 뻗어 건져주지 않는 것은 승냥이나 이리와 같은 짐승의 행위라고 단언한 다음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남자와 여자가 물건을 주고받지 아니하는 것(손이 맞닿아서 하나가 되지 않는 것)은 예이고, 형수나 제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 끌어내는 것은 권(權)이다.”
맹자가 대답한 권(權)은 ‘저울추’를 의미한다.
저울추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물건의 위치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므로 ‘상황에 따라 달리 대처해야 하는 행동원리’를 가리키고 있음인 것이다. 즉 이 세상에 절대의 원칙은 없는 것이며, 그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최선의 행동원리를 취하는 것 또한 예임을 맹자는 웅변으로 드러내고 있음인 것이다.
이로써 맹자의 마음을 떠보려던 순우곤은 일격에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이로써 물러갈 만만한 순우곤이 아니었다. 순우곤은 마침내 최후의 반격을 시도한다.
“지금 천하가 물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선생께오서는 끌어내지 않으십니까. 그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2005-07-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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