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양승원(31·제일기획)·임필호(29·주부)

[결혼이야기]양승원(31·제일기획)·임필호(29·주부)

입력 2004-12-23 00:00
수정 2004-12-2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우리는 남들이 생각하면 조금은 유치하고, 조금은 특이하게 만나 인연이 된 부부입니다. 결혼한 지는 딱 1년 됐습니다.

이미지 확대
양승원·임필호
양승원·임필호 양승원·임필호
그녀를 만난 것은 1999년. 딱히 사귀는 여자가 없어 쓸쓸했던 그 해 가을이었습니다. 당시 사이버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따고 있던 유니텔의 ‘만남의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생각은 잘 나지는 않지만 ‘외로워요, 이 가을에 차나 한잔 하실 분’이라고 올린 것 같습니다. 다소 유치한 제목이지만 당시 제딴엔 일종의 만남 통로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게시판에다 내 신상정보를 올리고 외로운 가을에 왜 나랑 만나서 차를 마셔야 되는지 시시콜콜한 이유들도 곁들여 적어 넣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글이 공개되자 3일만에 8명의 여성이 이메일을 보내왔고 이들과 서신을 주고받았습니다. 이메일을 주고받은 지 2개월쯤 지나자 딱 한명만이 남더군요.“혹 인연이 아닐까.”란 생각이 와닿았습니다.

곧 그녀와의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후엔 천생연분이란 말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첫눈에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조금 급하다 싶을 만큼 그녀의 부모님께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물론 저희 부모님께도 곧바로 인사를 시켰습니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으니 만남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주말에는 서로 집을 오가며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러한 편안함이 습관이 돼 남들처럼 데이트할 때 명소나 맛집을 가보지 못했거든요. 결혼도 그 흔한 멋진 프러포즈도 없이 얼렁뚱땅 했습니다.

아직 신혼인 우리는 가끔 ‘아쉬움’을 말하곤 합니다. 이럴 때면 나는 아내에게 큰소리 한 번 못칩니다. 멋진 남자가 못됐기 때문이죠.

늦었지만 이 글이 아내에게 주는 멋진 프러포즈였으면 합니다.“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인 당신을 사랑한다.”고.

“필호야∼. 다시 태어나도 너와 결혼하고 싶다. 사랑한다. 영원히∼.”
2004-12-23 3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