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수능” 진학지도 비상

“로또 수능” 진학지도 비상

입력 2004-12-15 00:00
수정 2004-12-1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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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교실이 혼란에 빠졌다.

수능성적표가 일제히 배부된 14일 고3 학생들은 마치 고대 상형문자라도 보는 듯 ‘표준점수’ 해석에 골머리를 앓았다. 진학지도 교사들은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 정작 진학상담을 어떻게 할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회 및 과학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가 크게 엇갈리자 과목 선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로또 수능’이라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울고…웃고
울고…웃고 울고…웃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14일 자신의 점수를 확인한 고3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덕성여고(오른쪽)에서는 좋은 점수가 나온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반면 이화여고에서는 울음을 터뜨리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한 여학생을 친구들이 위로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내 성적을 나도 모르겠어요”

학생들은 이날 “정말 원점수가 그대로 반영된 것 맞느냐.”고 의문을 표시하는 등 “성적표만으로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고 육모군은 “표준점수로는 내 위치를 알 수 없어 대학을 어떻게 지원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육군은 “과학탐구에서는 물리2를 선택한 친구의 원점수가 나보다 2점이 높지만 표준점수는 오히려 화학2를 선택한 내가 4점이 더 높았다.”면서 “과목 선택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대일외고 박연정양은 “지난해 입시에서는 가채점 결과와 배치표만 보고도 지망 대학이 예측됐지만 올해는 불가능하다.”면서 “지원에 필요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학교 이모군은 “과학탐구 영역에서 2개를 틀렸지만 3등급이 나와 당혹스럽다.”면서 “수리영역도 체감 난이도는 높았지만 표준점수는 의외로 낮다.”고 실망스러워했다.

한성고 정모군은 “수능시험을 잘 치러 희망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가 확 줄었다.”면서 “인터넷에서 표준점수를 입력해 나온 모의지원 결과와 학원 배치표를 보고 학원상담도 받는 등 머리를 싸매야 할 것 같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고3 교사들 올해 진학지도 ‘시행착오’ 불가피

진학지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학교마다 진학지도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고3 교사들은 자체 배치표 작성을 위한 TF팀도 구성했다.

한성고 송석만 진로부장은 “예년에는 전년도 점수대와 비교가 가능했지만 올해 표준점수 체제로는 비교할 기준이 없어 교사들도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 부장은 “자체적으로 서열을 만들어 진학지도를 하는 방법도 궁리하고는 있지만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보니 그마저도 막연하다.”고 토로했다.

대일외고 이용재 진학부장은 “외고의 특성상 축적된 진학지도 경험을 가진 교사들이 많은데도 올해는 어느 해보다 진학지도가 힘들 것 같다.”면서 “성적도 일률적인 비교가 힘들고 대학마다 반영 비율도 제각각이라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부장은 “7차 교육과정에서 수능시험을 처음 본 올해는 수험생과 학교 모두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택과목 난이도 실패, 내년도 혼란

서울고 김학남 진학교사는 “올해 수능시험에서는 전체적으로 만점자가 너무 많이 나왔고 윤리, 한국지리, 생물1, 러시아어1은 아예 2등급이 없을 정도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김 교사는 “상위권 대학에 수시합격한 학생도 수능시험에서 한 문제만 실수로 틀리면 자격요건 미달로 떨어지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면서 “학생들의 성적이 차별화되지 않은 만큼 상위권 진학지도도 어려워 눈치작전이 극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덕성여고 박한철 3학년 교사는 “지난해 졸업생의 등급점수를 변환해 자체 배치기준을 만들 생각이지만 인터넷 정보나 학원 배치표가 공신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민”이라면서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가 7∼8점씩 차이가 나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환 이재훈 박지윤기자 sunstory@seoul.co.kr
2004-12-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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