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200)-제2부 周遊列國 제4장 喪家之狗

儒林(200)-제2부 周遊列國 제4장 喪家之狗

입력 2004-10-15 00:00
수정 2004-10-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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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周遊列國

제4장 喪家之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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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를 가려면 송나라를 통과하여야 했는데, 그 과정에 있는 광 땅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하북성 대명도의 장환현(長桓縣)인 광 땅을 지날 때였다.

이때 제자 안각(顔刻)이 공자가 탄 수레를 몰고 있었는데, 안각이 말채찍으로 성벽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전날 제가 이곳에 왔을 때에는 저쪽 무너진 성벽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갔었습니다.”

광읍의 주민들은 얼핏 이 말을 듣고 노나라의 양호(陽虎)가 다시 침략해온 것으로 착각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양호는 노나라의 반역자로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뒤 제나라로 도망쳤던 역적이었다. 제나라는 뒤에 노나라의 요구로 양호를 체포하여 가뒀는데, 그는 다시 송나라로 달아났었다. 송나라로 도망쳐온 양호는 부하들을 몰고 와서 광 땅을 점령하고 횡폭한 짓을 일삼다가 인심을 잃고 다시 진나라로 쫓겨난 뒤부터 광 땅의 주민들은 양호에 대해 치를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건장한 공자의 생김새가 양호의 모습과 비슷해서 반신반의하고 있던 주민들은 안각의 말을 듣자 이들을 또다시 침략해 온 양호의 무리들로 착각한 것이었다.

주민들은 공자 일행들을 구금하여 닷새 동안이나 가둬 두었다. 공자는 별다른 걱정없이 금을 타며 노래만을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태연스럽게 노래만 부르던 공자의 마음도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닷새 후, 뒤따라온 제자 안회가 도착하자 공자가 외치며 말하였다.

“무사했구나. 난 네가 벌써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안회는 공자가 가장 사랑하던 수제자로 30세나 어렸으나 유독 안회에 대해서만은 여러가지로 칭찬한 공자의 말이 논어에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안회를 수제자로 삼으려는 공자의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어질도다, 안회여. 한 그릇 밥과 한 쪽박 물을 마시며 누추한 거처에 살고 있다면 남들은 괴로움도 감당치 못할 것이거늘, 안회는 그 즐거움을 변치 않으니 참으로 어질도다, 안회여.” 이처럼 안회는 너무나 가난하게 살았던 탓일까. 이미 29세의 나이 때 온 머리가 하얗게 세었으며, 스승 공자에 앞서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만다. 이때 공자는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하며 통곡을 금치 않았다. 그러한 안회가 닷새 동안이나 보이지 않자 죽은 줄로만 알았다고 탄식한 공자의 태도로만 보더라도 공자가 얼마나 광 땅의 주민들에게 구금되어 시달림을 받았는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안회는 대답하였다.

“선생님이 계신데 제가 어찌 감히 죽겠습니까.”

그러나 주민들의 위협은 더욱더 거세졌다.

간자(簡子)가 군사를 이끌고 공자 일행을 더욱 사납게 포위하자 제자들은 모두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여전히 금을 뜯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보다 못한 자로가 나서서 말하였다.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 합니다. 죽을 바에는 차라리 나가서 싸우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선생님은 태연히 금을 타며 노래를 부르고 계십니까.”

이에 공자가 대답하였다.

“주의 문왕은 이미 돌아가셨으나 그가 제정한 문화는 바로 나에게 전해 내려오지 아니하는가. 하늘이 만약 그 문화를 없애 버리고자 하셨다면 후세에 태어난 나에게 그러한 문화를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몸에 이렇게 문왕의 문화가 전해져 있는 것을 보면 하늘의 뜻은 주의 문화를 없애지 않으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제까짓 광읍 사람들이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2004-10-1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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