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3대에 걸쳐 제나라를 다스리던 안영은 수년 전에 이미 죽었고,그 뒤를 이어 제나라를 다스리던 여서는 이 기회에 공자를 제거할 수 있는 묘계를 짤 것을 계획하고,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땅을 먼저 떼어주기 전에 우선 노나라를 정치적으로 흔들어 봅시다.땅의 양도는 그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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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가 생각했던 노나라의 정치를 흔들어보는 계략.그것은 미인계였다.여서는 노나라의 임금인 정공과 계환자가 가무를 즐기고,여색을 좋아하고 있음을 꿰뚫어 보고 이 기회에 미인계를 써서 공자와 정공의 사이를 이간질시켜 보려고 계획했던 것이다.
여서는 자신이 직접 아름다운 여인 80명을 골라 뽑았다.자고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함은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미색’이란 뜻으로 여서는 노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미인계뿐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여서는 자신이 뽑은 80명의 미녀들에게 화려한 옷을 입힌 후 모두 강락무(康樂舞)를 익히도록 훈련시켰다.몇 개월이 지난 후 여서는 호화롭게 차려입은 미인들이 추는 강락무를 직접 열람하고 나서 이렇게 탄식한다.
“옛 노래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북방에 한 가인이 있어 절세의 미인이로다.눈길 한 번 돌아보면 성이 기울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울어진다.’
그대들의 눈길 한 번에 반드시 노나라의 성이 기울어지고,두 번 돌아보면 노나라가 기울어질 것이다.”
여서는 즉시 80명의 미인과 함께 좋은 말 120필을 골라 노나라 임금인 정공에게 선물로 보냈는데 과연 여서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한다.
이들은 먼저 입궐하기 전에 제나라에서 온 문화사절로서 도성인 곡부의 남쪽문인 고문(高門) 밖에서 말과 예기들의 춤을 공개하였다.
소문을 들은 계환자는 남의 눈도 있고 대부의 체면도 있었으므로 평복으로 갈아입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 후 사람들 사이에 끼어 이 공연을 며칠 동안이나 구경한다.
며칠 동안의 구경 끝에 계환자는 이를 받아들일 것을 결심한다.그렇지 않아도 정치가로서 공자의 위세가 하루가 다르게 막강해지는 것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계환자는 틀림없이 평소에 음란한 노래를 증오하고 있던 공자의 태도로 보아 단숨에 이를 물리칠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따라서 공자 몰래 정공을 데리고 가 구경시킨 후 이에 맛을 들이도록 하면 자연 공자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실제로 공자는 노래를 좋아하여 ‘음악이란 천지의 조화이며 예는 천지의 질서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음란하고 퇴폐적인 노래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논어에 보면 공자가 음란한 노래를 미워한 사실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정나라의 노래는 음란하다.음란한 정나라의 노래가 아악(雅樂)을 어지럽힘을 미워한다.”
정나라의 노래는 주로 음란한 연애시였다.따라서 정풍(鄭風)이란 말은 천박하고 음란한 음악의 별칭으로 불리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므로 제나라에서 온 미녀 80명이 부르는 퇴폐적인 여악(女樂)을 공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명백한 일이었던 것이다.
계환자는 정공에게 이를 아뢰고 교외시찰이란 명목으로 함께 변복을 한 후 몰래 찾아가 이를 구경하였다.이들은 하루종일 춤과 노래를 구경하는 데 정신이 팔려 정사를 돌보지 않게 되었다.
마침내 제나라의 대부인 여서가 획책한 미인계가 적중하는 위기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2004-10-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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