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176)-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儒林(176)-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입력 2004-09-08 00:00
수정 200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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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이러한 노자와 공자의 만남을 독설가인 장주가 놓칠 리는 없을 것이다.장자에는 노자와 공자가 만나는 장면이 너댓 개나 중복해서 나타나고 있는데,한결같이 노자에게 공자가 질타당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물론 이는 실제적인 상황이 아니라 평소 유가사상에 대해서 못마땅해하고 있던 장주가 자신의 사상을 노자의 입을 빌려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음인데,그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장면 하나만을 고르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자 ‘천운(天運)’편에 나오는 그 내용은 ‘공자는 쉰한 살이 되었으나 아직 진정한 도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그래서 남쪽으로 여행하여 주나라의 패(沛)로 가서 노자를 만났다.’라는 서두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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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장주가 말한 ‘주나라의 패’는 오늘날 강소성(江蘇省) 서주(徐州) 부근의 지명으로 노자가 태어난 고향과 가까운 곳이다.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그곳이 한나라를 건국한 고조(高祖)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공자가 노자를 만났을 때 먼저 노자가 말했다.

‘어서 오시오.나는 당신이 북방의 현인이라는 소문을 진작부터 듣고 있었소.당신은 진정한 도를 체득하였는가.’ 공자가 대답했다.

‘아닙니다.아직 체득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무엇에서 도를 구했는가.’ ‘저는 도를 수리(數理)에서 구하고자 애썼습니다만,5년이 지나도 체득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 밖에 또 무엇에서 도를 구하려 했는가.’

‘저는 또 음양의 이치 속에서 그것을 구했습니다만,2년이나 지나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럴 테지.도를 무슨 물건처럼 가져다 바칠 수 있다면 사람치고 그것을 자기 임금에게 가져다 바치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다.도를 가져다 드릴 수 있다면 사람치고 누가 그 부모에게 가져다 드리지 않겠는가.또 누가 남에게 말해서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사람치고 자기 형제에게 일러 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며,도가 물건처럼 누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사람치고 제 자손에게 물려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도라는 것은 자기 속에 주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멈춰 있지 않고 밖으로 그것에 어울리는 바른 행위가 없고 보면 그 사람에게 와 주지 않는다.마음속에서 끌어내어 이것을 보여 주고 싶어도 밖에서 받을 태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성인은 그 도를 나타내 보이지 않으며,또 밖에서 가르쳐 주려 해도 받는 측에 주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성인은 그런 사람을 상대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언어는 천하의 공기(公器)니,너무 이것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며,인의(仁義)는 옛날 성왕(聖王)들이 묵던 주막이니 하룻밤쯤 자는 것은 몰라도 언제까지나 거기에 묵으려 들어서는 안 된다.만약 길게 묵노라면 여러 사람 눈에 띄어서 비난이 돌아올 것이다.

옛날의 지인(至人)들은 인(仁)을 일시적 방편으로 빌리고 하룻밤을 의(義)에서 자고 간 것뿐이다.그들은 얽매임 없는 경지에 노닐며,자기 일신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도의 식량을 밭에서 얻고 남을 도와 줄 여유도 없는 조그만 토지로 만족했다.얽매임 없는 경지에 노니는지라 인위가 없고 간소한 생활에 만족한지라 살기가 쉬웠으며,남을 도와 주는 일이 없는지라 자기 것을 끌어내는 번거로움도 없었다.옛날에는 이것을 ‘진실에 입각한 놀이’라고 했다.’”
2004-09-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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