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145)-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儒林(145)-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입력 2004-07-27 00:00
수정 2004-07-2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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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올바른 정치를 하는 방법에 대해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대답한 공자의 정치관은 한마디로 공자의 정치철학의 핵심이다.이 대답 역시 매우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논리처럼 느껴지지만 시대를 초월한 금과옥조인 것이다.

임금답지 않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고,신하답지 않은 신하가 정치를 하고,아버지답지 않은 아버지가 가정을 이끌면 그 나라와 가정은 한마디로 붕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공자의 정명주의(正名主義)에서 비롯된 말인데,정명이란 ‘명분을 올바르게 한다.’ 또는 ‘명칭(이름)을 바로잡는다.’는 뜻이지만 단순하면서도 실행하기 어려운 공자의 핵심적인 정치사상인 것이다.

한마디로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政者正也)’라는 말로 이를 함축시키고 있는데,이는 ‘모든 사람들과 사물들이 자기에게 주어지는 명칭이나 명분과 꼭 맞는 올바른 상태에 있다는 것은 질서의 극치’를 뜻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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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자로(子路)편에는 이러한 공자의 사상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로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위나라의 임금이 선생님을 모셔다가 정치를 부탁드린다면 선생님께서는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명분부터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

이 말을 들은 자로는 너무나 단순한 스승의 말에 실망하여 다음과 같이 반문하였다.

‘그런 게 있습니까? 선생님은 우원(迂遠)하십니다.어째서 그것을(그처럼 무의미한 것을) 바로잡으시겠다는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구나,너는.군자는 자기가 모르는 일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법이다.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禮樂)이 일어나지 못하고,예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형벌이 적중하지 못하고,형벌이 적중하지 못하면 백성들이 손발 둘 곳이 없게 된다.’

그러고 나서 공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물에 이름을 붙일 때에는 반드시 말로써 전달될 수 있어야 하며,말로써 전달되면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군자는 말에 있어 구차스러운 바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故君子名之 必可言也 言之 必可行也 君子於其言 無所苟而已矣)’”

공자의 정명론 역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반드시 가슴 속에 새겨야 할 교훈이다.공자는 정치가들에게 있어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그를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정치를 바로잡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자의 이러한 정치사상은 중국 역사상 전제군주들의 사상적 근거로 이용되어 왔다.세계의 질서를 천자를 정점으로 하는 대일통(大一統) 속에 유지하는 것을 이상주의로 본 공자의 사상은 한(漢)대 이후 계속 봉건체제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발전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자의 정치철학 역시 곁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안영의 눈으로 보면 공허하고 관념적인 아마추어리즘에 불과한 것이었다.

공자가 돌아간 후 경공과 안영이 공자에 대해 나눈 대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예언자들은 당대의 권력자와 지식인들로부터 배척받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예수가 ‘여우도 굴이 있고,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예수 자신)은 머리 둘 곳도 없다.’고 한탄하였던 것처럼 공자 역시 안영으로부터 모욕적인 멸시를 받게 되는 것이다.
2004-07-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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