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114)-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儒林(114)-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입력 2004-06-14 00:00
수정 2004-06-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아니다.

나는 머리를 흔들면서 생각하였다.공자는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공자는 부활하여 이 시대에 다시 살아나 그 유명한 춘추필법으로 역사를 비판하고 이 전국시대를 주유하면서 왕도를 설파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조광조의 시대에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조광조도 자신이 살았던 당대를 극심한 가치관의 혼란으로 난세 중의 난세로 보았을 것이며,따라서 공자가 다시 살아나 재림(再臨)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어쩌면 조광조는 자신을 공자의 현신(顯身)이라고 생각하였을지도 모른다.

순간 내 머릿속으로 조광조의 무덤 입구에 서 있는 안내문의 내용이 떠올랐다.비교적 조광조의 업적을 정확하게 압축해 놓은 안내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중종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조광조는 왕도정치의 실현을 역설하면서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하였다.그의 개혁중심에는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낡은 조선시대 풍습과 사상을 유교적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것이었다.”

여기서 ‘왕도정치’란 공자가 그토록 열국을 주유하면서 구현하기를 염원하였던 정치사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왕도정치란 ‘인과 덕을 바탕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정치사상’을 말함인데,맹자는 ‘왕도’에 대비되는 정치사상으로 ‘패도(覇道)’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서양철학에 있어 소크라테스가 공자라면 플라톤과 같은 존재는 맹자로서,맹자는 공자의 유가사상을 한층 더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한데,맹자는 ‘왕도’와 ‘패도’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무력으로 인을 대신하는 것이 패도이고,덕으로 인을 행하는 것은 왕도이다.무력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마음으로 복종케 하는 것이 아니며,힘이 모자라 그렇게 되는 것이며,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진심으로 복종케 하는 것이다.”

왕도를 유가정치의 이상으로 삼았던 공자와는 달리 힘으로 백성을 지배하는 패도 역시 중요한 정치수단으로 보았던 맹자는 그러므로 이상주의적인 공자와는 달리 현실적 정치관을 가졌던 사상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광조는 안내문에서 엿볼 수 있듯이 ‘왕도정치의 실현’을 역설하였던 공자의 화신(化神)이었다.

조광조는 자신을 공자와 동일시함으로써 1515년 중종이 직접 출제한 알성시의 문제에서 ‘공자께서 만약 내가 등용이 된다면 적어도 3년 이내에 정치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라고 말하고,‘오늘날과 같은 어지러운 시대를 당하여 이 난세를 극복하고 옛 성인의 이상적 정치를 오늘에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이에 대한 대책을 논하라.’는 시험 문제를 통해 공자의 왕도사상이야말로 난세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설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광조의 왕도정치는 안내문에 나와 있는 대로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조선시대의 낡은 풍습과 사상을 유교식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것’이었다.

공자의 사상은 시황제의 ‘분서갱유(焚書坑儒)’ 정책으로 자취를 감추었다가 한나라의 무제(기원전 140~87년 재위) 때에 오경박사가 갖추어지면서 유학으로 정립되어 2000년의 중국 역사를 통해서 중국 정치의 기본원리와 사회윤리의 발판을 이루는 학문으로 발전되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후 수나라와 당나라를 거칠 때에는 불교의 융성으로 유학은 자연 쇠퇴하고 있었는데,이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삼국시대와 신라통일시대,그리고 고려시대 때까지 우리나라에서도 계속되었던 것이었다.

유교가 다시 부흥하기 시작한 것은 주자(朱子·1130~1200)에 의해서인데,그런 의미에서 주자는 유교의 중시조라고 불릴 만할 것이다.후대의 평가와는 달리 당대에는 위학(僞學)이라 하여서 크게 박해를 받았던 주자의 성리학은 송나라 멸망 후 원대에 이르러 관학으로 채택되고 과거의 교재로 사용되면서 크게 번성하기 시작하였다.
2004-06-14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