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7년째인 주부입니다.경제적 어려움은 없지만 남편이 아프게 했던 지난날들 때문에 힘듭니다.시댁과 불화가 많았는데 남편은 항상 시집 편만 들었답니다.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지속해야 할까요?
-김상미(가명)-
김상미씨,결혼한 지 17년이 지났다면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겠군요.자녀들도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할 만한 나이지만,감수성 예민한 사춘기에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다니 어머니로서 마음이 착잡하겠습니다.자식들을 힘들게 키워 결혼까지 시켜 줘야만 부모 도리를 다하는 것이니 부모들 인생은 어디다 두고 살아왔는지 가끔씩은 허전한 마음이 들 때가 있지요.남은 건 결국 부부밖에 없는데 금실 좋은 부부는 서로를 챙기며 손잡고 여행을 다니고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겠지만,미움만 쌓고 살아온 정없는 부부는 서로를 등지고 살 수밖에 없어 후회뿐인 여생을 살아가게 되지요.
남편과 17년을 살아오는 동안 9년은 경제적으로 아주 힘이 들었고,6년은 심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폭언과 폭력도 가끔씩 있었고 시댁과 불화가 잦았는데 남편은 그때마다 시댁편만 들어서 당신을 괴롭게 했다지요.지금은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는데 보고 싶은 생각은커녕 자유스러워서 살 것 같고,살아온 지난 날들이 숨 막히고 한없이 증오스럽지만 의지할 곳이 그래도 남편밖에 없어 마지못해 살고 있다지요.남편은 당신 마음이 이 정도로 심각한 줄 모르고 있는데 설령 안다고 해도 신경 안 쓰고 싶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상미씨 마음은 이미 남편 곁을 떠난 것 같네요.
가깝고도 먼 것이 부부 사이며 부부관계는 질그릇과 같아서 한번 금이 가면 다시 붙이기가 쉽지 않고,붙여진다 해도 갈라진 마음이 예전처럼 회복되기가 어렵지요.
싸움 안 하고 사는 부부가 있을까 싶지만 어떤 부부는 부부싸움을 할 때 너무나 치열하게 하는 것 같아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두번 다시 보지 않을 것같이 죽기 살기로 독한 말을 해서 아내(남편) 마음을 아프게 해줘야만 직성이 풀리고 그렇게 해야만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음에 받는 상처는 평생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미씨,남편이 증오스럽고 미워서 못살 것 같다고 했는데 해결책을 찾지 않고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절반의 책임’이 당신에게도 있습니다.남편이 경제적으로 풍족해 편하게 살고는 있는 당신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돈에 미친 여자’라고 비난을 한다지요.남편이 소름이 끼치도록 밉다고 말하면서도 사랑 없이 현실적인 실리만 취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여서 그렇게들 말하는 것 같은데 무엇보다 당신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제 자녀들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사춘기와 대학입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부모들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기라도 한다면 애들이 겪을 혼란과 갈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당신 인생과 함께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용기가 없어 이혼은 못하고,더 나아질 것 없는 생활을 계속하자니 숨이 막혀 결혼 전 꿈꾸던 멋있는 남자와 데이트하는 것을 상상하며 사는 게 하루의 일과처럼 되고 있다지요.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만,얼마나 많은 부부들이 결혼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상미씨,당신은 스스로를 ‘자학’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이제 어느 쪽이든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당신 속마음을 모른 채 살고 있는 남편이 훗날 자신이 기만당하며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염려가 되는군요.
지금 당신에게 한가로운 시간은 ‘독약’과 같으니 남편에게 집착하지 말고 버릴 것은 버리고,빈자리에 새것을 채워 넣으며 적극적인 삶을 사십시오.해결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인생을 살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용단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자기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새로운 선택은 지금보다 나은 선택이 돼야겠지요.당신의 우유부단한 혼란과 갈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으니 신중한 결정을 하길 바랍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김상미(가명)-
김상미씨,결혼한 지 17년이 지났다면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겠군요.자녀들도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할 만한 나이지만,감수성 예민한 사춘기에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다니 어머니로서 마음이 착잡하겠습니다.자식들을 힘들게 키워 결혼까지 시켜 줘야만 부모 도리를 다하는 것이니 부모들 인생은 어디다 두고 살아왔는지 가끔씩은 허전한 마음이 들 때가 있지요.남은 건 결국 부부밖에 없는데 금실 좋은 부부는 서로를 챙기며 손잡고 여행을 다니고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겠지만,미움만 쌓고 살아온 정없는 부부는 서로를 등지고 살 수밖에 없어 후회뿐인 여생을 살아가게 되지요.
남편과 17년을 살아오는 동안 9년은 경제적으로 아주 힘이 들었고,6년은 심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폭언과 폭력도 가끔씩 있었고 시댁과 불화가 잦았는데 남편은 그때마다 시댁편만 들어서 당신을 괴롭게 했다지요.지금은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는데 보고 싶은 생각은커녕 자유스러워서 살 것 같고,살아온 지난 날들이 숨 막히고 한없이 증오스럽지만 의지할 곳이 그래도 남편밖에 없어 마지못해 살고 있다지요.남편은 당신 마음이 이 정도로 심각한 줄 모르고 있는데 설령 안다고 해도 신경 안 쓰고 싶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상미씨 마음은 이미 남편 곁을 떠난 것 같네요.
가깝고도 먼 것이 부부 사이며 부부관계는 질그릇과 같아서 한번 금이 가면 다시 붙이기가 쉽지 않고,붙여진다 해도 갈라진 마음이 예전처럼 회복되기가 어렵지요.
싸움 안 하고 사는 부부가 있을까 싶지만 어떤 부부는 부부싸움을 할 때 너무나 치열하게 하는 것 같아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두번 다시 보지 않을 것같이 죽기 살기로 독한 말을 해서 아내(남편) 마음을 아프게 해줘야만 직성이 풀리고 그렇게 해야만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음에 받는 상처는 평생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미씨,남편이 증오스럽고 미워서 못살 것 같다고 했는데 해결책을 찾지 않고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절반의 책임’이 당신에게도 있습니다.남편이 경제적으로 풍족해 편하게 살고는 있는 당신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돈에 미친 여자’라고 비난을 한다지요.남편이 소름이 끼치도록 밉다고 말하면서도 사랑 없이 현실적인 실리만 취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여서 그렇게들 말하는 것 같은데 무엇보다 당신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제 자녀들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사춘기와 대학입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부모들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기라도 한다면 애들이 겪을 혼란과 갈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당신 인생과 함께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용기가 없어 이혼은 못하고,더 나아질 것 없는 생활을 계속하자니 숨이 막혀 결혼 전 꿈꾸던 멋있는 남자와 데이트하는 것을 상상하며 사는 게 하루의 일과처럼 되고 있다지요.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만,얼마나 많은 부부들이 결혼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상미씨,당신은 스스로를 ‘자학’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이제 어느 쪽이든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당신 속마음을 모른 채 살고 있는 남편이 훗날 자신이 기만당하며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염려가 되는군요.
지금 당신에게 한가로운 시간은 ‘독약’과 같으니 남편에게 집착하지 말고 버릴 것은 버리고,빈자리에 새것을 채워 넣으며 적극적인 삶을 사십시오.해결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인생을 살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용단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자기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새로운 선택은 지금보다 나은 선택이 돼야겠지요.당신의 우유부단한 혼란과 갈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으니 신중한 결정을 하길 바랍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2004-06-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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