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문학인 안재홍의 산 오르記]포천 운악산

[산악문학인 안재홍의 산 오르記]포천 운악산

입력 2004-05-14 00:00
수정 200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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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소금강’으로 불리는 포천군 화현면 운악산(雲岳山·935.5m)은 이맘때 산행들머리인 현등사(懸燈寺) 입구 주차장부터 빈틈이 없다.신록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갖가지 기암괴석과 소나무들이 선경을 이루는 운악산의 암봉들.
갖가지 기암괴석과 소나무들이 선경을 이루는 운악산의 암봉들.
매표소를 지나면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진다.200m 정도 더 가면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만경로’란 이 나무 계단길은 능선까지 이어진다.눈썹바위에 이르러 전망이 트이기 시작한다.바위 아래에서 쳐다보면 눈썹을 닮은 오버행 바위가 보인다.

눈썹바위 상단에 오르면 푸른 잔디로 장식한 골프장과 꽃동네가 잘 보인다.이어지는 암봉은 우회로가 있고 위험한 곳엔 밧줄을 매놓았다.고인돌을 지나 암봉에 오르면 운악산 전경이 잘 보이고 현등사도 보인다.

암봉이 우뚝한 미륵바위(725m)가 버티고 있는 곳에 ‘병풍바위 촬영소’라는 안내판이 있다.병풍바위는 흰 바위에 소나무를 수놓은 듯하다.미륵바위와 병풍바위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광은 가히 선경이다.운악산에서 경치가 제일 빼어난 곳이다.금강산의 만물상이나 설악산의 천화대를 축소한 것 같다.

여기부터 등산로는 더욱 험해진다.바위에 쇠줄을 쳐놓고 발 디딤까지 만들어 놓았다.어른들의 놀이터 같은 길을 조심조심 오른다.‘48계단’을 오르면 노송 두 그루가 있는 암봉이 나온다.커다란 바위 꼭대기에 분재 같은 소나무 두 그루가 한 폭의 그림같다.앉아 쉬며 내려다보는 세상도 볼만하다.산으로 둘러 쌓인 조종천 변의 상판리와 현리가 시원하게 펼쳐진다.동북쪽으로 명지산과 멀리 화악산이 하늘과 닿아 있다.남쪽으로 이어진 한북정맥의 산들이 몸을 낮춰 운악산을 경배하는 듯 하다.

정상을 향하여 철 계단을 내려간다.철쭉 밭을 지나 5분 정도 가면 헬기장이다.족구를 해도 될 성싶은 넓은 헬기장 북쪽 끝에 정상비가 있다.‘운악산·935.5m·하판리 산162-1·1998.8.1 설립’.정상비 옆에 큰 바위가 있다.바위에 음각으로 ‘결사돌파대’라고 다섯 줄이 새겨져 있다.

암릉을 타고 내려오는 등산객들
암릉을 타고 내려오는 등산객들


그러나 여기는 정상이 아니다.정상은 여기서 한북정맥을 따라 북서쪽으로 5분 정도 더 가야 한다.서쪽으로 47번 국도를 따라 일동과 이동으로 이어진 마을이 보이는 곳,이곳이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북에서 남으로 이어진 중간 운악산의 정상이다.

하산은 절고개를 지나 동쪽 현등사가 좋다.현등사로 내려가는 길 왼쪽에 코끼리바위가 있다.코끼리 머리에 길게 늘어진 코가 웃음을 머금게 한다.너덜지대를 30분 내려가면 현등사다.천년고찰 현등사는 불사중이다.석탄일이 다가와 연등으로 장식해 놓았다.석양빛이 단청과 어우러져 고색이 창연하다.

구한말 궁내부대신이었던 민영환 선생이 기우는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바위에 누워 하늘을 보며 탄식했다는 무우폭포(舞雩瀑布)에 ‘閔泳煥(민영환)’이라고 새겨진 암각서(岩刻書)가 있다.그 아래 이어지는 백년폭포를 지나 30분쯤 내려오면 주차장이다.

옛날부터 운악산은 가평 화악산(1468.3m),개풍 송악산(488m),파주 감악산(675m),서울 관악산(629m)과 더불어 ‘경기5악’으로 꼽는 산이다.

만경로로 정상에 올라 절고개를 거쳐 현등사로 내려오는 코스의 산행거리는 7㎞,네 시간 정도 걸린다.

운악산 산자락 아래 자리잡은 현등사
운악산 산자락 아래 자리잡은 현등사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춘 국도로 청평을 지나 청평 검문소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13㎞ 가면 현리다.현리 중심을 벗어나면 삼거리가 나온다.여기서 오른쪽으로 8㎞ 정도 가면 현등사 입구인 하판리다.왼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넓은 주차장이 있다.구리시에서 47번 국도로 내촌 베어스타운을 지나 신팔리 사거리에서 오른쪽 청평 방향으로 37번 도로로 현리까지 가도 된다.

볼거리·먹을거리

현등사는 신라 22대 법흥왕(514~539)때 인도의 마라가미(摩羅呵彌)라는 승려가 신라를 찾았는데 이 때 그를 위해 세운 절이라 전한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8호인 범종이 전해지는데 현등사의 본사인 봉선사에서 만든(광해 11년·1619년) 범종을 말사인 이곳에 옮겼다고 한다.경기도문화재 자료 제17호인 삼층석탑이 축대 아래,해우소 옆에 있다.

현등사 입구는 식당가다.손두부 집들이 두부 맛을 겨룬다(할머니손두부집 031-585-1219).닭백숙과 민물매운탕집들이 즐비하다.민박도 많이 있고 주차장도 널찍하다.현리 중심을 벗어나 삼거리에 있는 양평해장국집(031-585-8008)의 선지해장국은 선지와 천엽을 많이 넣는다.천엽을 소스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멀리서 단골로 찾는 이가 많다.

˝
2004-05-14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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