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61)-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儒林(61)-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황장석 기자 기자
입력 2004-03-31 00:00
수정 2004-03-3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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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서거정이 지은 ‘필원잡기’에는 유관(柳寬)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문정공(文貞公) 유관은 공정하여 청렴하며,신하로서는 최상의 지위에 있었으나 초가집 한 칸과 베옷과 짚신으로 평생 소박하였다.언젠가 한 달이 넘도록 장마가 져서 비가 삼줄기처럼 새어 내렸다.공은 방안에서 우산을 들고 비를 피하며 부인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우산이 없는 집은 어떻게 견디겠소.’

이 말을 들은 부인이 말하였다.

‘우산이 없는 집은 반드시 미리 방비가 있을 것입니다.’”

유관이 들고선 우산은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주는 일산으로 모든 집이 다 일산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유공이 걱정하였던 것이다.유관의 집이 있던 곳은 동대문과 신설동 사이,따라서 이 동네는 ‘우산각골’이라고 불리었던 것이다.

갖바치가 조광조에게 ‘군주는 하늘이니 비가 내려 집이 새면 우산을 받쳐서 온 천하가 새지 않게 하여야 한다.’고 하였던 말은 유관의 일화를 통해 조광조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었다.

특히 오늘날의 언론(言論)에 해당하는 언로가 통해야만 온전한 우산노릇이라 할 수 있다는 갖바치의 충고는 언로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도전의 정치사상에서 비롯된 것인데,조광조도 이미 언로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종이 즉위 10년째 되던 해에 왕비로 맞아들인 장경(章敬)왕후가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왕비 신(愼)씨를 복위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왕비 신씨는 연산군을 폐위시킬 때 제일 먼저 피살당한 신수근(愼守勤)의 딸로 혁명을 일으킨 훈구파에서는 후환을 없앤다는 이유로 강제로 신씨를 쫓아내어 인왕산 밑에서 살게 하였던 것이다.매일 왕을 그리워했던 신씨는 마침내 인왕산에 올라가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발견해 냈는데,그것은 인왕산의 큰 바위 위에 자신의 치마를 벗어 놓는 일이었다.중종 역시 신씨를 잊지 못하여 신씨가 있는 인왕산 쪽을 자주 바라보았는데,어느 순간 그 치마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처음에 그 이유를 잘 모르다가 비로소 내막을 알게 된 중종은 매일같이 ‘치마바위’를 통해 애틋한 사랑의 언어를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던 차에 장경왕후가 죽자 담양부사 박상(朴祥)과 순창 군수 김정(金淨)이 공동명의로 옛 왕비 신씨의 복위를 청하는 ‘청복고비신씨소(請復故妃愼氏疏)’의 상소문을 올렸던 것이다.이에 훈구파 공신들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는데,무엇보다 언론과 정치와의 상관관계를 잘 알고 있었던 조광조는 왕 앞에 나아가 언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극간하고 있다.

“전하,언로가 통하고 막히는 것은 가장 나라에 관련이 깊은 것이어서 통하면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편안하나 막히면 분란이 일어나고 망하게 됩니다.그래서 임금 되는 이는 언로를 넓히기에 힘써서 위로는 공경(公卿)과 여러 관료로부터 아래로는 일반 시정의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언로를 열도록 해야 합니다.그러나 책임지는 언로가 없으면 스스로 뜻을 다할 수 없는 고로 간관(諫官)을 설치하여 이를 주로 하도록 맡기는 것이니,그 말하는 바가 좀 지나치더라도 모두 마음을 비워놓고 우대하여 용납하는 것은 언로가 혹 막힐까 우려하기 때문인 것입니다.근래에 박상과 김정 등이 구언(求言)하심을 당해 진언을 드렸는데,그 말이 만약 지나친 바가 있으면 쓰지 않으면 될 일이지,어찌 다시 죄를 줄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언로를 중요시하였던 갖바치와,언로가 통하고 막히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흥망이 달려 있다고 극간한 조광조는 서로 일맥상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조광조는 이 갖바치를 어떻게 해서든 관직에 추천하여 등용시키려 하였다.이렇게 뛰어난 인물을 미천한 갖바치로 머물게 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본 때문이었다.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국가의 크고 작은 관직은 모두 양반들이 독차지하고 있었으므로 일개 피장의 신분으로는 이 벽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2004-03-31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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