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빚기의 처음은 ‘기도’하는 마음입니다.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술을 기다리는 정성이 깃들어 있어야 ‘안동소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와 전통식품 명인6호로 지정받은 안동소주의 제조기능보유자 조옥화(83) 할머니는 지금도 소주를 내리는 날에는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온 정성을 쏟는다.“안동소주는 누룩과 쌀만을 섞어 발효시키고 그것을 증류하여 만들어 낸 순곡주입니다.안동에서 소주를 만드는 사람들이 여럿 있지만 누룩,쌀,물 등 재료 선별에 정성을 들이지 않습니다.저는 누룩을 직접 띄우고 좋은 쌀을 손으로 만지며 깨끗한 술이 나오기를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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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소주 기능보유자인 조옥화씨가 며느리 배경화씨에게 막 소주고리에서 내린 안동소주를 보며 향기, 빛깔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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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소주 기능보유자인 조옥화씨가 며느리 배경화씨에게 막 소주고리에서 내린 안동소주를 보며 향기, 빛깔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조 할머니가 술을 한 잔 권했다.안동소주는 향이 깊고 강했다.45도의 안동소주 한잔을 들이켜자 혓끝에 담백함이 느껴질 뿐 쓴맛은 없다. 우리 소주는 몽골(후에 원나라로 칭함)에서 전래되었다.칭기즈칸이 세계를 정복하면서 페르시아의 이슬람문화를 받아들이며 증류방식의 술제조법을 배웠고 그것이 고려에 전파되면서 비로소 소주의 시대가 열렸다.당시 몽골군 기지가 있었던 개성,안동,제주를 중심으로 소주를 많이 빚었다.역시 그랬다.그래서 안동소주에는 선비의 부드러움보다 무인의 강렬함이 느껴지는가 보다.안동소주는 조선시대 들어 안동 사대부집안의 가양주(家釀酒)로 자리잡았다.그러나 일제 강점기때 전통주 생산이 금지되었고 광복 후엔 1962년 주세법이 개정되어 순곡주 생산이 금지되면서 안동소주의 맥도 끊겼다.
조씨가 안동소주 재현에 뜻을 두게 된 것은 1986년 새마을운동 기금 마련을 위해 동동주를 향토 야시장에 팔면서다.정년을 앞둔 한 시청 직원이 ‘동동주보다 안동소주가 더 낫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던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보처럼 내려오던 조씨의 전통 소주고리가 빛을 보게 된 것은 1990년 9월.그때 처음으로 안동소주 제조면허를 받아 빚기 시작했다.안동시 신안동에 살던 집에서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 팔면서 안동소주의 명성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그때는 정신이 없었어요.전국 각지에서 술을 사겠다고 새벽 5시부터 집 앞에 줄을 섰는데,그 줄이 동네를 한 바퀴 돌고도 남았어요.술을 더 달라고 항의하는 이들도 많았어요.”
그때는 혼자 제대로 된 술을 만들려는 욕심 때문에 밤새우는 일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안동소주는 누룩(밀)과 쌀을 발효시켜 증류시킨 술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오래될수록 향기와 맛이 좋아진다.또한 증류를 통해 불순물이 제거돼 마신 후에도 뒤끝이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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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옥화씨는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 배경화(53)씨에게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음식을 만들고 술을 빚는 일이 너무 힘들어 며느리에게는 가르치고 싶지 않았지만 며느리 배씨가 자청해 수제자가 되었다고.
조옥화씨는 마지막으로 “안동소주의 맛과 향의 비결은 ‘누룩’입니다.좋은 밀에 정성을 쏟아 발효시킨 누룩만이 안동소주의 이름을 지킬 수 있게 합니다.”라고 했다.조씨는 “지금도 옛 어른들의 정신과 방법을 충실히 지키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안동소주 이렇게 빚어요
① 좋은 밀 1㎏을 분쇄한 후 물을 넣고 적당히 반죽한다.
② 원형틀에 밀반죽을 넣고 모시보자기를 씌운 후 발로 밟아 모양을 만든다.
③ 누룩을 틀에서 꺼내 20일 정도 띄운 뒤 콩알 크기로 분쇄해 건조시킨다.
④ 건조한 누룩을 하룻밤 이슬을 맞혀 곡자 냄새를 없앤다.
⑤ 쌀 5㎏을 씻어 물에 불린 후 시루에 쪄 고두밥을 만든다.그늘에 멍석을 깔고 고두밥을 넓게 펴 말린다.
⑥ 누룩과 고두밥을 손으로 버무리며 적당량의 물을 넣어 혼합한 후 술독에 넣고 약 15일간 숙성시킨다.전술 완성.
⑦ 전술을 증류기에 넣고 증류를 한다.처음에는 70도의 독한 술이 나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도수가 떨어지는 술이 나온다.
⑧ 받은 술의 도수가 45도 정도 되고 혀끝에서 가장 좋은 향과 맛이 날 때 증류를 멈춘다.
글 안동 한준규기자 hihi@˝
2004-02-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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